보험 증권 투신 리스등 제2금융권은 재벌, 사실상 「5대 재벌의 안마당」이다. 비록 재벌의 은행소유는 엄격히 규제되고 있지만 제2금융권의 시장규모가 이미 은행권을 앞지른 현실을 감안할 때, 5대 재벌은 실질적으로 금융시장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5대 재벌의 시장지배력이 가장 왕성한 곳은 투신사와 보험사다. 투신권의 경우 3월말 현재 5대 재벌 소속 투신사들의 수탁고는 현대 30조원, 삼성 23조원, 대우 14조원, LG 10조원, SK 3조8,000억원등 약 81조원. 전체 투신권 수익증권시장의 31.6%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시장(보험료 기준)에서도 5대 재벌 소속 생보사들의 시장점유율은 36.4%에 이르고 있으며 제2금융권 전체로는 34%를 5대 재벌 금융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같은 5대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는 금융이 재벌의 사금고로 이미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한 은행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가 많고 노출이 심한 은행 보다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등을 자유자재로 할인할 수 있는 제2금융권 소유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의 제2금융권 소유폐단은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통해 이미 드러났다. 현대투신운용은 부실계열사가 발행한 CP 2,500억원 어치를 저리매입, 사실상 「저리대출」을 해줬으며, 대우증권도 계열사 CP 2,800억원 어치를 인수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우그룹의 실질적 계열사인 서울투신운용의 경우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대우그룹 무보증회사채와 CP에 18.7%나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신사들의 평균 대우 회사채·CP 편입비율(9.7%)보다 배나 높은 수준으로 계열사가 사실상 그룹의 「급전조달펌프」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금융사의 부실계열사 직접지원은 오히려 「순진한」방법이다. 최근에는 제3의 기관을 동원한, 「교차지원」사례도 자주 적발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계열사 직접 지원이 어려워지자, 타 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채권 2,000억원 어치를 사주는 대신 이 금융기관에 삼성계열 발행 사모사채를 인수토록 함으로써, 사실상의 「우회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이 지금처럼 2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구조조정은 근본적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나는 금융계열사를 통해 부실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사실상 구조조정이 지연되는데다, 무엇보다 스스로 돈줄을 장악함으로써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이 먹혀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재벌의 금융지배를 그대로 둘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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