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안성혜(32·호산기획 실장)씨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것은 첨단 경영 기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만화일을 하던 아버지의 부탁으로 그곳의 만화책들을 뒤지다 보니 만화의 커다란 가능성에 눈뜨게 됐다.VC(Visual Communication·시각언어)로서의 만화. 안씨는 VC 개념으로 만화에 접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직관력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도서출판 「호산」은 국내 최초로 VC를 아동 출판에 도입, 이번에 첫 작품으로 모두 7권의 책을 펴냈다. 박물관과 문화 유산의 세계를 아이들 앞에 흥미롭게 펼쳐 보이는 접근법이 신선하다.
국립진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전쟁기념관, 롯데월드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소수서원 등 엄격하기만 하던 곳의 내력이 한 편의 만화를 보듯 술술 들어 온다. 해당 기관 학예사로부터의 충실한 자문, 만화적 전개 기법 덕택이다. 김종범 심재봉 등 우만연(우리 만화 연구회) 소속 작가, 최민호 임덕규 등 대학의 만화 강사 등 모두 25명의 젊은 만화가 그룹과의 연대가 든든한 자산이다.
깐깐하다. 주제를 잡아 만화가를 선정하고 일단 4~5쪽 그려 오라고 한다. 5명의 편집진이 검토한다. 절반은 탈락되기가 일쑤다. 전체적 이해력, 어린이가 좋아할 수 있는 개성적인 그림인가에 초점을 둔 심사다.
12일 진주박물관측이 호산에 내린 주문은 그동안 쌓았던 공 덕분이다. 논개를 캐릭터화해 문화상품으로 개발해 달라는 주문이다. 인형연구가 이승옥씨와 함께 한 달 동안 해 온 연구가 이제 볕을 본다.
출판사 이름 호산(湖山)은 선친 안희명씨의 고향인 강원 삼척의 풍광 좋은 호산리에서 따 온 것. 언론계에 몸담았던 부친은 국내 최초의 성인 만화잡지 「주간만화」를 창설한 사람. 지금 마포구 아현동의 「호산」 사무실이 바로 선친이 쓰던 사무실이다.
선친은 오클라호마 주립대에서 MIS(경영정보시스템)를 공부하던 그에게 만화의 가능성에 대해 눈을 틔워 주었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만화를 유심히 보던 그는 미국의 박물관 홍보에 만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클라호마의 「인디언 박물관」, 동경의 「에도 박물관」, 영국의 「런던 타워 문화상품관」 등지에서는 만화가 곧 문화사절이었다. 바로 그의 꿈이다.
일감은 계속 들어 온다. 7월 국립 광주 박물관의 요청으로 7월 현지 조사를 벌인 것을 비롯, 과천 마사(馬事) 박물관 기행도 구상중이다. 10월 중으로는 「호산」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개설될 예정(www.hosan.net). 전국각지의 축제를 담은 홍보 책자도 단행본으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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