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1월부터 2년가까이 이어져온 저유가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13일 런던국제원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랜트유는 배럴당 20.95달러에 마감돼 97년 10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월 한때 배럴당 10달러 아래로까지 떨어지며 구매력 기준으로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브랜트유가 6개월만에 2배이상 뛰어오른 셈이다.왜 오르나 올해초까지도 약세를 면치못했던 국제 원유가가 여름철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급상황이 반전됐기 때문. 올해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이후 산유국은 원유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 이상 줄인 반면 세계 석유수요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아시아 각국을 중심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에너지기관(IEA)은 지난해 세계 원유시장에서는 하루 평균 115만 배럴의 원유공급 초과상태였으나 올해 3·4분기에는 거꾸로 140만 배럴의 수요 초과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같은 수요 초과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올해 4·4분기에는 하루 287만배럴, 내년 1·4분기에는 351만 배럴의 수요초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장기요인외에도 북해산 브랜트유를 생산하는 영국 및 노르웨이 기업들이 9월중 유정 보수작업에 들어가 일시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과 텍사코가 나이지리아의 소요사태로 생산량을 5만배럴 줄었고, 셰브론이 화재사고로 12만배럴의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단기 급등요인이 되고 있다.
전망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유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PEC 회원국은 물론 노르웨이, 러시아, 멕시코 등 비 OPEC 산유국들도 감산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기 때문. 특히 OPEC이 3월 생산량을 감축하면서 감축 기간을 1년으로 정해 내달 22일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감산 결정을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제원유가가 당초 OPEC이 목표로 했던 배럴당 20달러선을 넘어선 만큼 국가별 원유 생산량 조정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합의과정에서 원유 공급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지난해 원유가 폭락으로 생산을 중단했던 미국의 많은 유정들이 생산을 재개할 가능성도 높아 국제원유가는 최악의 경우에도 배럴당 25달러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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