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21세기 준비를 위한 국정의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경축사는 김대중 정부가 앞으로 국정전반에 걸쳐 어떤 개혁 스케줄을 갖고,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를 밝힌 「개혁선언」이라고 볼 수도 있고, 새로 마련될 제도와 정책의 초점이 중산층·서민에게 맞춰질 것임을 새삼스레 확인한 이른바 「정체성의 재확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금세기 마지막 광복절을 계기로 김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각분야에 걸친 개혁 청사진은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일단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킬 만 하다.김대통령은 21세기 준비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정치분야의 개혁이라고 강조하고, 우선 현행 선거구제와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등을 뜯어 고치겠다고 다짐했다. 이 모두가 돈, 즉 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으로 이들 제도의 개선은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다. 정치분야의 경우 개혁 표적은 제대로 겨냥한 셈이다.
김대통령이 이번에 내각제 개헌 약속을 어긴데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일이다. 이로써 내각제 개헌 약속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종필총리도 국민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인가는 자명해졌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의결정족수 미달이라는 변칙적 방법으로 자동폐기되긴 했으나, 김총리는 이에 안도하지 말고 약속을 어긴데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김대통령은 특히 인권문제 개선과 관련, 인권법 제정과 인권위원회 설치, 국가보안법 개정을 다짐했는데, 국가보안법 문제 처리에 있어 정부입장이 개정쪽으로 정리됐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로 인해 그동안 곳곳에서 심각한 갈등의 징후가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남북한 현실을 볼 때 국가보안법 폐지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아무튼 국민들은 8·15 경축사에 나타난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가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정략적 배경과는 그 궤를 달리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여야 정치권의 부응으로 하루 빨리 개혁작업이 진척돼 구태로 찌든 정치가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경축사 일부 대목에 대통령이라기 보다 집권당 총재의 말처럼 들리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옥의 티」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김대통령이 신당을 언급하면서 그 성격과 윤곽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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