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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서울 다큐대표 정수웅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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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서울 다큐대표 정수웅PD

입력
1999.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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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를 했다. 아무 반응이 없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편집기 매달려 있는 사람이 보인다.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듯 얼굴이 꺼칠하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한서빌딩 1003호실, 그곳에는 다큐멘터리를 빼 놓고 인생을 설명할 수 없는 정수웅(56·서울 다큐대표)PD가 있다. 『죽을 때 카메라 하나 들고 행복만 있는 천국보다 갈등이 있는 지옥에 가 다큐를 찍고 싶다』 는 정PD.한국 다큐사를 새롭게 써 나가는 「다큐의 거장」, 늘 작품의 중앙에 민족을 담는 「민족 영상작가」(소설가 황석영이 붙여준 별명),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찍는 「우주에서 온 스파이」, 그리고 다큐와 관련된 국내외 모든 상을 휩쓴 「다큐 상의 독점자」 등등. 그를 수식하는 말들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의 다큐 인생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에 「다큐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여야 조금이나마 그를 규정할 수 있다.

시인이 되고 싶어 성균관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다큐에 매력을 느껴 다시 중앙대학 신방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73년 KBS에 입사, 교양국 PD가 됐다. 『영상속에서 사람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펼쳐지는 다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력이 있어요』 다큐PD가 된 간단한 이유.

당시 다큐 PD의 부족으로 인해 6개월만에 조연출 생활을 마치고 74년 「한국의 미_거북의 나라」로 데뷔, KBS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입사 4년만에 일을 냈다. 진도의 묘를 통해 본 한국의 전통을 설명한 30분짜리「초분」. 새마을 열풍이 불던 당시 칙칙한 시골을 담았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큐의 노벨상」이라는 국제골든 하프상을 수상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에 처음으로 한국 다큐가 소개되는 순간이었으며 이 작품은 24개국에서 방송됐다. 그는 15일 KBS 2TV를 통해 방영됐고 9월에 일본 NHK에서 방송될 「최후의 외무대신 도고 시게노리」까지 쉼없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촬영에 미쳐 숙직을 못해 좌천되기도 하고 중계차를 가지고 다큐를 제작하고 강에 범종이 있다는 전설하나 믿고 섬진강 일부를 막아 6개월동안 물을 퍼가며 촬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신념이 있으면 남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해도 다큐를 만든다.

그에게 다큐 인생 전기는 82년 찾아온다. 5공출범과 함께 「황강에서 북악까지」 전두환 일대기를 다큐로 제작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지우인 황석영 김지하는 『민족영상작가가 전두환 일대기를 만들어?』 하며 만류했다. 미련없이 사표를 냈다. 정PD의 작품을 본 일본 니혼 TV의 다큐의 대가 우시야마 주니치가 그의 재능을 탐내고 스카웃을 했다. 일본에서 2년6개월동안 작품 활동을 한 뒤 한국에 돌아와 MBC에서 1년정도 근무했다. 그리고 독립 프로덕션 「다큐 서울」 을 설립, 주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KBS 재직 당시 유일한 조언자가 있었다. 청소부 아줌마, 그는 늘 편집할때 『이 장면 뺄까요? 넣을까요?』 물었다. 연출자의 편견을 지우려는 노력의 일환. 그의 다큐관이 드러나는 대목.『저는 편견없이 사람이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를 담으려고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필름이 두세배 든다』. 그는 다큐를 제작할 때 세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바로 「따뜻한 마음」「취재원과 대등한 입장」「인내심」.

그의 작품의 중앙을 관통하는 주제는 역사와 민족이다. 『저의 작품의 출발과 끝은 사람의 역사 그리고 민족의 아픔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 천착해 작품을 할 생각이다』. 그는 현재 기획 대본 촬영 연출 등을 혼자 도맡아 다 한다. 혼자서 6개월동안 실크로드를 담기위해 2만㎞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또한 압록강을 취재하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등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그리고 연중 6개월은 해외에서 작업한다. 이런 남편와 아버지를 둔 아내와 세자식은 팔자려니 체념하고 정PD의 외로운 작업을 격려한다.

정 PD가 도도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던진다. 『나는 죽어도 현장에서 죽을 것이고 다시 태어나도 다큐멘터리 작가가 된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진실과 감동을 추구하겠다』.

◇정수웅PD 주요 연출작

77년 「한국의 재발견_초분」

78년 「한국의 재발견_불교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80년 「신라의 신비_대왕암」

82년 「사자의 결혼식」

85년 「잃어버린 범종을 찾아서」

86년 「해녀의 고향 우도」

89년 「남태평양의 원혼들_포로 감시원」

90년 「송화강,한인의 숨결」

92년 「시베리아 한의 노래」

94년 「망향의 섬들」

96년 「압록강 두만강 3,300리」

97년 「압록강에서 만난 사람들」

98년 「미소의 실크로드」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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