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와닿는 구상없다" 깍아내려한나라당은 1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부정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특별히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 예견하긴 했지만 막상 내용물을 보니 실망스럽다』는 총평(總評)도 그랬고, 내각제 약속파기 사과·대선자금 및 정치자금 해명·신당창당 및 정치개혁 구상·국가보안법 개정 방침·남북 문제·재벌구조 개혁 의지 등에 관한 세평(細評)도 마찬가지였다.
총평부분에서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21세기를 맞는 대통령으로서 큰 구상과 각오를 기대했으나 실망스럽다』고 운을 뗀 뒤 『경제 면에서는 너무 각론에 치우쳤고 정치 면에서는 변명과 방어로만 일관해 국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하순봉(河舜鳳)총장도 『대통령의 8·15경축사에는 국민화합과 민족통합, 미래에 관한 비전이 담기는 것이 통례』라며 『하지만 이번은 구차한 자기변명 등으로 옹색하기 짝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내각제 약속파기 사과부분에 대해 이대변인은 『미흡하나마 우리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요구를 의식한 것으로 본다』고 숟가락을 얹으면서도 『그러나 대국민 신임투표 요구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하총장은 몇발 더 나아가 『내각제에 관한 언급은 처음부터 끝까지 술수』라고 힐난한 뒤 『내각제 개헌에 합의한 당시에도 여론은 내각제에 부정적이었고, 경제와 안보 모두 지금보다 나은 게 없었다』고 헤집었다.
대선자금과 정치자금에 대해 이대변인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변명이 고작』이라며 『여야 모두 특검제를 통해 대선자금을 조사해 밝히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다』고 역공을 폈다. 하총장은 『돈에 관한 한 김대통령의 변명을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고 일소에 부쳤다.
이밖에 신당창당에 대해선 『국민회의 총재 축사냐』고 했고, 남북문제에 관해선 『햇볕론의 공과에 대한 한마디 언급도 없이 국가보안법 개정방침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쏘았다. 다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이상 이대변인)고 마지 못해 한줄 달았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