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 주변의 고층 빌딩 신축을 막아주세요』미 CBS TV 뉴스 앵커 출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윌터 크롱카이트(83)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대우그룹이 뉴욕시에 추진중인 90층 규모 주거용 빌딩의 신축을 막아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유엔본부는 세계의 상징으로 존경받고 있기 때문에 인근 건물은 이보다 높아서는 곤란하다』며 『대우의 고층 맨션 계획은 유엔의 지위를 크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본부는 39층짜리 건물이다.
편지는 또 김 대통령이 빌딩 신축을 막거나 층수를 낮춰준다면 『유엔은 물론 국제사회와 뉴욕 시민들이 한국에 대해 영원히 경의와 감사를 표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우라면 모두 한국 회사라는 것을 아는데,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유엔의 도움을 크게 받은 한국이 유엔의 위신을 꺾는 일에 관여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는 이달초 이 편지를 로이터 통신에 제보했으며 통신은 12일 편지 내용을 보도했다.
대우는 지난해 미국의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뉴욕 맨해턴에 짓는 고급맨션 「트럼프 월드타워」 공사를 1억8,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 빌딩은 크롱카이트가 지적한 90층이 아니라, 지하 2층 지상 70층으로 주거용 건물로는 세계 최고층(270m)이며 2001년 5월 준공 예정이다.
한때 「대통령 보다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평가받으며 뉴스 앵커맨의 대명사가 됐던 크롱카이트는 은퇴후 유엔 건물 주변에 사는 주민들로 구성된 「경관(景觀) 보호 주민운동」 모임에 소속돼 유엔빌딩보다 더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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