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초대형 칼날태풍이 몰려온다!」재계는 15일 재벌개혁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고 밝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경축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고, 순환출자와 부당한 내부거래를 억제하겠다』는 김대통령의 구체적인 개혁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재벌개혁 강도가 「솜망치」로 두드리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면도날」로 개혁할 부분을 정교하게 도려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김대통령이 변칙상속과 증여를 통한 부(富)의 부당한 대물림방지를 위해 세제개혁을 하겠다고 언급한 대목과 관련, 하반기 중 일부 대기업 총수의 편법 상속에 대한 정부의 제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H그룹의 한 임원은 『대통령이 4대개혁의 성공을 위해 우선적으로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이나 시장이 더 이상 재벌체제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대목 등은 향후 본격적이고 구체적으로 재벌개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예고로 받아들여진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특히 김대통령이 계열 금융회사를 통한 재벌의 금융지배를 막겠다고 강조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S그룹의 관계자는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는 마치 기업들이 생산활동은 등한시하고 금융계열사 육성에 노력해온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기업들은 금융계열사를 둠으로써 필요한 산업자금을 신속하게 동원하는등 중요하게 활용한 측면이 더 많다』고 밝혔다.
재계는 정부가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대우가 필사적으로 반대해 온 대우증권을 연내 매각키로 가닥을 잡은 것도 김대통령의 이날 「재벌 금융지배구조 차단」방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는 지금까지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서로 연계해 사업을 벌이면서 시너지효과를 낸 것이 한국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경제를 해치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용환(李龍煥)상무는 『김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은 분명히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한국경제가 발전해온 과정에서 재벌체제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는만큼 새로운 기업경영환경에서 이같은 순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축사의 내용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에 비중을 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벌개혁은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각고의 노력도 함께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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