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50분 도쿄(東京) 치요다(千代田)구 구단(九段) 기타노마루(北ノ丸)공원의 니혼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 추도식.대형 위패 뒤에 「히노마루(日ノ丸·일장기)」가 걸리고 2만5,000여 송이의 국화가 제단을 장식한 모습은 과거 그대로였다. 그러나 천황 부처 입장때면 배경음악으로 흘렀던 「기미가요(君ガ代)」가 연주되지 않았다.
대신 「기미가요」는 바로 이어진 국가제창 순서에서 유족대표 등 참석자 7,000여명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천황의 치세는 천년만년, 작은돌이 바위가 되고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짧고도 느릿한 노래가 잠시 장내를 덮었다. 새로 발효한 국기·국가법에 따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처음으로 기미가요가 제창되는 동안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도 입을 크게 벌렸다.
이에 앞서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 일본유족회가 연 추도식에서는 정부안에 대한 비난과 총리·각료의 공식참배 요구가 들끓었다. 또 각료 8명과 54명의 여야의원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
한편 사민당 등이 치도리가후치(千鳥ガ淵) 전몰자묘원에서 가진 평화기원식이나, 평화유족회가 도쿄 분쿄(文京)문화회관에서 개최한 행사에서도 보수·우경화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전국 곳곳의 작은 행사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이 소리들은 종일 계속된 우익단체의 시끄러운 가두방송에 묻혀 버렸다.
54년전 일본에는 고통과 비덕(非德)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던 염원이 간절했었다. 그 「초발심」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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