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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발전방향 논란

입력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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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더이상 한국의 모델 아니다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재계와 학계에서 경제발전 방향을 놓고 「한국형 경제모델」 논쟁이 뜨겁다. 『한국 경제는 금융제국주의 미국의 백년하도급』이라는 일본의 저명한 경제전략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씨의 비판이 재계로부터 상당한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일경제에 정통한 로버트 파우저교수가 『일본은 더이상 한국의 바람직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일본으로부턴 더이상 배울게 없는가

고려대 객원교수를 지낸 일본 쿠마모토가쿠엔대 경제학부 로버트 파우저교수는 13일 자유기업센터 주최로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외국인이 본 일본개혁과 한국에의 교훈」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은 더이상 한국의 바람직한 모델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일본의 자유무역협정 제안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문화에 관한 저서를 낼 정도로 한·일 양국 사정에 밝은 파우저교수는 『일본의 경제개혁은 실패했으며 많은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일본을 본보기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개혁은 지연되고 있으며 노동력 감소와 인구의 노령화, 낮은 생산성,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우저교수는 이어 『한국은 개방정책과 시장경제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며 영국이 이러한 방법으로 유럽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할수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해 일본시스템(Japan System) 추종자들을 경계했다.

◆한국경제는 너무 미국화했나

이와는 반대로 오마에 겐이치씨는 일본의 격주간 경제정보지 「사피오」 최근호에 실린 「한국이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유」라는 글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화했을 뿐이다. 미국 투자자의 말을 좇아 지금까지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해온 재벌을 해체했다. 한국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도 미국에 복종하고 있기 때문이며 경제실체는 그만큼 개선되지 않았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UCLA교수인 오마에씨는 『한국이 만들고 수출하는 물건의 99%가 일본과 같은 「미니 일본」』이라며 『공업화에서는 대만에 밀리고 소프트웨어 및 정보화에서는 미국이나 인도를 뛰어넘을 수 없고 금융경제로 이행하려 해도 마땅한 은행이 없는 등 한국은 어느쪽으로도 앞길이 막혀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자본주의 모델은 있는가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李壽熙)선임 연구원은 『미국식이냐 일본식이냐의 논쟁은 경제를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 만큼 우리 경제의 철학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이연구원은 『우선 국가적으로 경제발전의 사회적 기준과 경제활동에 대한 제도적 틀부터 갖춘 다음 문화와 전통, 역사적 경험과 조화를 이루고 사회전체 이익에 부합하는 자본주의 개념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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