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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제까지 日문화 베끼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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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제까지 日문화 베끼기냐

입력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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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금세기에 마지막 맞는 광복절이다. 광복절에 즈음하여 대규모 「친일인명사전」발간운동이 시작되고, 북한의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한맺힌 육성이 처음 공개되는 등 일제 지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작업이 여러 분야에서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일제 때의 왜곡된 역사를 가능한 한 금세기 안에 정리하고, 양국 간 대등한 관계로 새로운 2000년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지난 해 일본 대중문화 수입을 허용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에는 특히 우리가 지금과는 다른 새 천년을 맞기 위해 양국 간의 문화교류가 바람직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점검·반성할 필요가 있다. 문화는 발달한 쪽에서 덜 발달한 쪽으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우리 문화가 근래 순수·대중문화에서 모두 이질적인 일본문화에 지나치게 침식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에서는 80년대 이후 일본적 색채가 진한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의 사(私)소설 문학이 상륙하면서 우리의 건강한 서사적 문학이 퇴조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우리 작가들이 일본식 소설쓰기에 탐닉하고 있으며, 독자들 또한 이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출판에서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가 우리 독서시장을 휩쓴 이후, 으레 일본인 저자의 책이 우리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청소년 사이에는 일본 노래를 따라하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유행처럼 돼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 TV 프로그램을 일본만화가 지배하더니 그것이 일본노래와 일본어로 이어지는 사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보이지 않는 문화침투가 무섭기만 하다.

최근 TV의 일본 프로그램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자, 방송위원회는 아예 일본에 표절 감시원을 파견하기도 했다. 우리 지적 영역이 일본문화의 운동장이 되는 현상을 문단이나 출판계가 방관해서는 안된다. 우리 문학이나 서적출판의 일본 진출이 극히 미미한 수준임을 고려할 때 문화적 역조현상은 참으로 심각하다.

현상태로는 2000년대의 대등한 한일 문화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등을 거치며 문화적으로 종속관계가 더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화예술인과 문화정책 담당기관, 교육자 등이 일본문화에 맞설 정체성 있는 우리 문화를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 사회 전체에 문화적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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