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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부메랑' 될 김현철씨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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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부메랑' 될 김현철씨 사면

입력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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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현철(金賢哲)씨를 사실상 사면했다. 김현철씨를 사면함으로써 8·15 사면은 정치적 쇼가 되어버렸다.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사면의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또한 사면권은 국가이익과 국민화합 차원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남용되거나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행사되면 안된다.김현철씨의 처벌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권력남용과 비리에 대한 정당한 법 적용이다. 김현철씨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점을 이용해 국정에 멋대로 개입함으로써 나라의 기강을 뒤흔들었다. 더구나 김현철씨를 잡아넣은 것은 김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김영삼(金泳三)전정권이다. 따라서 김현철씨를 사면해야 할 의무나 부담감이 국민의 정부에 있는 것도 아니다.

김현철씨 사면은 국민의 정부로서는 실패한 모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80~90%의 국민이 사면에 반대했다. 김현철씨는 정치범이나 양심범도 아니며 또 민주화의 진전에 이바지한 바도 없다. 그의 처벌이 국민화합을 깨뜨리는 것도 아니다. 또 그가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뉘우치는 것도 아니다.

잔여 형기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런 김현철씨에 대한 사면이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환하다. 위험부담을 불사하면서까지 사면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하나다. 김영삼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결국 김현철씨 사면은 정계개편과 총선을 의식한 정략적이고 반역사적인 발상이다.

김현철씨 사면이 국민의 정부가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데, 또 내년 총선거에서 이기는데, 아니면 국민회의가 전국정당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다. 사면에 실망한 건전한 양심세력과 개혁세력은 정부에 걸었던 마지막 기대를 포기할 것이다. 사면의 반대급부로 끌어들이려던 김영삼 전대통령 지지기반이 국민의 정부에 호의적으로 돌아서지도 않을 것이다. 게도 놓치고 구럭도 잃는 손해보는 장사인 셈이다.

김현철씨 사면보다 더 급한 것은 양심수 석방이다. 나아가 고문·실종·의문사·조작간첩·삼청교육대·언론통폐합 등 5, 6공의 인권범죄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더 필요하다. 김대중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전법조비리사건, 고급옷로비사건,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 경기은행로비사건 등 권력형 비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김대통령은 대표적인 부정부패사범인 김현철씨 사면에 앞서 대통령의 약속과 의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형 비리가 왜 그치지 않는가를 따져봤어야 한다. 부정부패사범들이 계속 사면을 받아왔기 때문인 것이다.

김현철씨 사면은 국민의 정부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옷로비 사건으로 흐트러진 민심이 겨우 수습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사면은 민심을 더욱 악화시켰다. 국민의 화합을 위해 행사되어야 할 사면이 오히려 화합을 깨뜨리고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역효과를 나은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개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얕은 정치적 술수를 써서는 안 된다.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민심을 헤아려가면서 성실하게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것만이 김대중대통령과 국민의 정부가 사는 길이다.

/손혁재·정치학박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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