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페트뤼시아니(Michel Petrucciani).희귀병인 골부전증에 걸려 네 살때 1m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사나이. 이후 거의 독학으로 피아노를 파고 들어, 우리 시대 가장 인상적인 재즈 피아니스트가 된 사나이. 페달까지 발이 닿지 않아, 특수 장비를 동원해야 했던 사나이.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어른에게는 경이 같은 감동을 선사하다, 36세인 올해 1월 6일 흉부 감염으로 세상을 뜨고 만 사나이.
그의 추모 음반이 7장으로 압축돼 나왔다. 솔로에서 빅밴드까지, 재즈 피아노로 선보일 수 있는 양식은 모두 나열된 이번 작품집은 피아노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들(EMI/블루노트).
재즈 오케스트라의 마술사 듀크 엘링튼의 대표곡을 현란한 솔로로 펼쳐 보인다. 「Caravan」 「Satin Doll」 등 듀크의 풍성한 색채감을 그는 단 한 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감당해 낸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가 만든 악단은 우리 시대 최고의 재즈맨들만 협연자(sideman)로 쓴다는 사실. 게리 피코크(베이스) 에디 고메즈(베이스) 로이 헤인즈(드럼) 등 거물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한다. 짐 홀(기타) 웨인 쇼터(색소폰) 등 최고의 재즈맨들과 만들었던 트리오로 펼치는 음악은 서정미의 신지평.
그는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날고 싶어 했다. 바이올린과 승마에 소질 있다며 생시 아들 자랑이 대단하던 그가 이번 추모집에서 들려 주는 「Play School」이 바로 자식을 위한 곡. 그는 또 훌륭한 작곡자였다. 7중주단과 만든 앨범 「Michel Plays Petrucciani」에 수록된 9곡 모두 직접 썼다.
97년 11월 그는 내한 공연을 펼쳤다. 조막손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란한 아르페지오가 객석을 매료시켰다. 특히 재즈의 명곡 테마들을 조합한 「즉흥 환상곡」의 길이는 무려 45분. 당시 그는 자신의 음악을 가리켜 『재즈와 프랑스 낭만주의를 합친 것』이라며 『가장 큰 적은 극단주의』라고 말했다. 자신의 아픈 경험이 낳은 예술관이다.
피아노 수업 시절, 그는 하루 8~9시간 피아노에 매달릴 정도로 무섭게 몰두했었다. 11살때는 22살의 청년과 실력을 겨룰 정도였다. 그러나 학교서는 그의 교외 연주활동을 꺼렸다. 『내 신체적 결함 때문이죠』 그러나 그는 죽기전까지 독일 ZDF_TV의 버라이어티 쇼에서 진행자 겸 반주자로 활약했다.
그는 『클래식에서 연주자는 악보의 해석자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재즈는 즉흥 정신으로 구속을 벗어난다』고 재즈의 요체를 압축했다. 95년 그가 미테랑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던 레종 도뇌르 훈장에는 『30대의 나이에 자기만의(distinctive) 일가를 확립했다』는 추서가 달려 있었다. 최고인 쉬발리에급(級)이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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