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김현철(金賢哲)씨 잔형 집행면제」라는 부분사면을 택한 것은 고심 끝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현철씨를 사면·복권시키자니 여론의 반대가 극심하고, 그렇다고 사면하지 않자니 현철씨를 재수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절충안을 모색한 것이다.『오죽했으면 부분사면을 택했겠느냐』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대로 김대통령은 결심을 하기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김대통령은 11일 저녁까지도 현철씨 사면에 대해 이런 저런 보고를 듣고 오랜 조언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했다.
김대통령이 막판에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반대 여론. 당초 김대통령이 사면방침을 정하고 청와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이 현철씨측의 김광일(金光一)전비서실장과 접촉, 상고취하 등 사면에 대한 협의를 했을 때만해도 반대여론이 지금처럼 극심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사면 보도가 나간 이후 재야 시민단체는 물론 제2건국위 국민회의 자민련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현철씨 사면에 국민이 등을 돌린 이유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거부감, 현철씨의 반성없는 태도, 공감받지 못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정치재개 움직임 때문이었다. 특히 김전대통령이 김대통령의 비자금 공개를 거론하기까지 하자, 현철씨 사면이 마치 현 여권의 약점 때문에 이루어지는듯한 인상을 주었고 이런 상황이 사면을 더욱 어렵게 했다.
이처럼 많은 장애들이 있는데도 김대통령은 인간적 정리, 화해와 화합의 명분에서 현철씨 사면을 택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김전대통령 내외로부터 현철씨 선처에 대한 간곡한 요청을 받고 이를 약속했다』고 인간적 측면을 부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부분사면이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해도 광의의 사면이라는 점에서 여론은 싸늘하다. 기본적으로 사면이 당사자의 반성을 전제로 하는데도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법질서·사회기강 확립, 부패척결이라는 국정 방향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따가운 질책이 이어지고 법적용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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