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11만5,000여명의 일본인들은 적국인이라는 이유로 격리·수용됐다. 전쟁중에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미국은 종전 반세기가 넘은 오늘 그때 일본인들이 겪었던 고통을 기억하는 추모관을 워싱턴에 세우기로 했다. 오는 10월 공사를 시작해 1년후 쯤 완공된다. 의사당 주변에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과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 벽, 작은 연못속에 일본열도를 본 뜬 조형물등을 갖춘 공원형식으로 꾸며질 계획이다.■미국은 일본 전범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입국을 금지하는등 엄격하지만, 단지 적국인이었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에게는 보상을 해 주고 있다. 미 의회는 88년 2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고, 지난해에는 남미에서 거주중 미국으로 강제이송됐던 2,200명에 대해 5,000달러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미국은 당시 그 일본인들에게 위안부가 되라고 강요하거나 탄광과 군수공장에 몰아넣어 고된 노동을 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어떠했던가.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각종 만행이 역사적 사실로 명백히 밝혀지고 있지만, 일본은 그것이 날조이거나 정부가 개입했던 것은 아니라고 억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모레는 밀레니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맞는 광복절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시민 학생등 150여명이 모여 가진 제373차 수요집회는 아직도 한일 양국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우경화로 질주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천년을 이 상태로 맞는다면 양국간 진정한 우호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공동개최를 위해서도 불행했던 과거사는 정리되어야 하고, 많은 부분은 일본측의 책임으로 남아있다. 내년말 워싱턴을 찾는 일본인들은 일본인 추모관을 보고 과연 한국을 생각할 것인가.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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