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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퀸' 주연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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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퀸' 주연 이미숙

입력
199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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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서른 여덟. 가능성과 체념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나이. 많은 여성들이 직업이 있든 없든 세월의 무게에 눌려 가지만 늘 가능성에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가는 여성도 있다.영화배우이자 탤런트 이미숙. 그녀가 또 다른 가능성에 도전한다. SBS 「해피 투게더」 후속으로 1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수·목 미니시리즈 「퀸」(주은희 극본, 고흥식 연출). 그녀는 30대 초반 직장인에서 홀로 서는 사업가까지의 고단한 여성의 삶을 연기한다.

「퀸」 촬영이 한창 진행중인 SBS 탄현 스튜디오. 핑크색 촌스런 유니폼을 입혀놔도 이미숙은 여전히 아름답다. 촬영이 끝난 뒤 연습실에 앉은 그녀는 어느 사이 하얀 민소매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은 원숙과 관능. 『저도 많이 늙었지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늘 긴장하며 살아요. 긴장은 생활에 탄력을 부여하고 열심히 살게 만들지요』 아줌마들이 부러워하는 그녀의 몸매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그리고 긴장감에 몰입할 수 있는 끊임없는 연기 덕이다.

최근들어 실제 나이에 맞는 주부, 그것도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여성 역을 주로 맡았다. 97년 SBS 드라마 「달팽이」에서 일상의 권태에 지쳐있는 주부가 연하의 정신지체아(이정재)에게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역을 소화했다. 이어 98년 영화 「정사」. 일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에 빠진 유부녀, 그 기쁨과 고통, 갈등을 미묘하게 표출했다. 이 영화로 상복도 터졌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 「퀸」. 평범한 30대 미혼의 직장 여성이 한 남자(캐스팅 미정)와 사랑에 빠지고는 실연한 뒤 연하의 남자를 만나 애정을 느끼는 역이다.

『우리 사회는 결혼과 함께 사랑의 감정도 없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는 것 같아요. 특히 여성에게는요. 하지만 저는 늘 새로운 사랑을 꿈꿉니다. 그건 결혼 여부와 관계없어요』 실제로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다면? 『그래도 가정을 지켜야겠지요』라며 『저도 역시 아줌마지요. 뭐!』라는 말을 덧붙인다. 대외성 발언? 잠시 주저하더니 『20대라면 혹 모르지만, 이제는 가정과 가족을 아는 30대 후반이니까요』 그녀는 늘 사랑을 꿈꾸기만 하는가?

이미숙은 고집스럽고 딱 부러진다. 언론매체마다 나이가 조금씩 달라 5분여 동안 끈질기게 정확한 나이를 물어도 끝내 말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나이와 무관하다며. 서른 여덟은 데뷔 시절 공표된 나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녀는 일에 관한 한 자신에게 엄격하다. 후배 연기자들이 인기가 있다 해서 녹화시간을 어기면 선배로서 어김없이 불호령을 내린다. 이런 성격은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한번 떴다 하면 능력이나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드라마 겹치기 출연, 오락 프로그램 진행, 광고 모델, 영화 출연, 심지어 노래까지 하려는 연예인들과 분명 다른 점이다. 『저는 머리 용량이 안 돼 겹치기는 못해요. 한 역할에 몰입해야 돼요. 드라마가 끝나면 한판 굿을 벌리고 난 것처럼 진이 다 빠지죠』

지난해 「정사」 이후 밀려오는 영화출연 섭외를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홀로 서는 직장여성, 「퀸」 의 황춘복 역이 맘에 들어 당분간 이 드라마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 동료여성 4명의 성공과 좌절, 사랑을 그린 「퀸」에는 그녀 외에 윤해영, 김원희, 이나영이 출연한다. 일본 작가 시노다 세치코의 소설 「여성들의 지하드」를 판권료를 주고 원작으로 삼았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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