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 아름다운 꽃이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죠』국내 음식문화의 개척자로 유명한 구천서(67) 단국대 대우교수는 요즘 꽃 속에 파묻혀 산다. 올 5월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천마산 자락에 그가 세운 「세계식생활문화연구원」개원을 기념하는 「세계꽃요리 학술세미나」를 내달말 갖기 위해서다.
연구원 주변 텃밭에는 백일홍과 달맞이꽃, 칡꽃과 메밀꽃, 석죽, 해바라기, 사루비아 등 20여종의 꽃들이 형형색색의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모두 요리에 활용될 재료들이다. 각종 문헌을 뒤져 이들 식용꽃의 종류와 성분, 효능을 조사하고, 적당한 꽃 종자를 파종해 재배하고, 요리연구가들과 함께 새로운 꽃요리를 개발하는 것이 구교수의 요즘 일과. 오래된 2층짜리 농가주택을 개조한 연구원은 다양한 꽃음식의 조리법을 시연해보는 주방이자 실험실이다.
기자가 찾아간 7일엔 호박꽃을 주제로 한 요리연구가 한창이었다. 연구원 창립멤버인 일본요리연구가 구숙자(49·여)씨가 이날 약식으로 선보인 꽃요리는 호박꽃에 갖은 야채와 고기를 다져 속을 채운 뒤 지져낸 호박꽃만두와 노란색 달맞이꽃과 보라색 산콩꽃을 섞은 호박푸딩. 여기에 허브잎과 호박꽃, 능수화 등으로 맛을 낸 꽃샐러드도 곁들여졌는데 한동안 입안을 맴도는 상큼한 향이 인상적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학교(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에 강의나가는 것을 빼곤 연구원에 살다시피하는 구교수는 『꽃은 잎이 변한 것이므로 잎을 먹을 수 있는 식물이라면 꽃도 먹을 수 있다』며 『꽃은 한 식물의 영양분을 응축하고 있는데다 미각과 시각, 후각을 동시에 즐겁게해 요리로 활용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꽃요리 세미나는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 요리연구가와 식품영양학자, 농학자 등 1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미나에선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의 전통 꽃요리를 소개하는 연구논문들이 발표되고 각종 꽃요리의 조리과정도 시연될 예정.
국내 음식문화연구서의 고전격인 「세계의 식생활문화」(94년)의 저자이기도 한 구교수는 『꽃요리에 이어 질병치료에 효험이 있는 「약선요리」를 주제로 2차 세미나를 준비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음식을 세계음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연구원의 과제』라고 밝혔다.
남양주=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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