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벌이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삼성 대우 등은 구조조정의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채권단과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양측간 힘 겨루기로까지 치닫고 있다.그 결과 우리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금리 및 실업률 상승, 대외신인도 하락 등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국민과 약속한 사항에 대한 재벌들의 시간벌기나 말 바꾸기 등은 재벌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까지 높이고 있다. 또한 그동안 실직과 감봉 등을 감수해 온 서민들은 결국 자신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에 빠지고 있다.
11일까지 확정키로 했던 대우의 구조조정은 계속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채권단과 대우측은 대우증권과 서울투신운용의 분리·매각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매각시기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확실한 구조조정 시행을 위해 연내 매각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우는 제값 받기에 불리하다며 시한 명시를 반대하고 있다. 양측 주장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당사자들에게는 중요한 사항이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논쟁을 위한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와 재벌들은 수없이 약속을 하고 성실한 수행을 다짐 했으나 제대로 된 것은 별로 없다. 대우 처리가 지연됨으로써 경제 전체가 상당한 악영향을 받고 있는 데도 아직 기본사항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초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끌려온 정부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대우가 빚어낸 엄청난 부작용이다.
삼성의 태도도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은 삼성자동차 해결을 위해 이건희회장 소유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출연한 것이지 2조8,000억원을 보전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채권단에 제출키로 한 부채해결확인서의 시한을 넘기고 있다.
채권단은 삼성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하기로 했지만, 삼성측은 합리적 해결방안 강구를 위해 채권단과 계속 협상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내부에 쌓아놓은 자금이 막대한 데다 반도체 등의 호황으로 자금력에서는 별 문제가 없어 금융제재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가 자본의 위력에 밀려서 재벌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가 높다. 더욱이 삼성은 국민의 관심이 대우사태에 집중되고 있는 틈을 타 말 바꾸기를 했다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와 재벌은 이제 어떻게 해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결정이 되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상생(相生)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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