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싶은 종로거리 만들기서울시는 걷고싶은 도심 조성사업의 하나로 종로 종각_종묘 1㎞ 8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내년말까지 보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시는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조속히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보행권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민참여가 전제된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측과 기존의 보도부터 제대로 활용하자는 측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걷고싶은 종로거리 만들기 찬성
서울시가 종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양방향 2개차로 축소에 있다. 「차로 좁히기」는 국내에서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종로에서.
종로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조선 최초의 백화점 화신도, 3·1독립선언의 시발지인 태화관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 들어선 고층빌딩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을 위압적으로 내려다 본다. 아이들에게, 외국방문객들에게 이게 서울이라고 보여줄 곳도 마땅치 않다. 죽은 박물관과 고궁, 들어찬 빌딩숲. 그곳에서 도시의 미래도 경쟁력도 생성될 수 없다는 사실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걷고 싶은 종로만들기」는 서울을 서울답게 복원하는 첫걸음이다. 그것은 단지 옛길의 정취를 되살리고 가로 디자인을 보기좋게 한다고 실현되지 않는다.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는 오히려 거리를 망친다. 물리적인 시설정비 이전에 시민들이 「걷고 싶은 종로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는 과정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 시민들이 사랑하지 않는 거리를 다른 곳의 사람들이 사랑할 리 없다.
서울시는 「걷고 싶은 종로 만들기 사업」에 대해 시민사회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길부터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행사와 행정스케줄에 밀려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가로디자인부터 서두를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영구적인 시설물을 설치하려고들기보다는 일정기간의 실험을 거쳐 실현가능성과 타당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서울을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종로에 주어져 있다.
/최정한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사무총장
- 걷고싶은 종로거리 "각종설치물·노점상 일제정비 우선"
서울시는 지난달 「종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동차의 소통보다 시민의 쾌적한 보행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서울YMCA는 그동안 「살맛나는 서울 만들기 운동」을 추진하면서, 많은 거리들이 보행자보다는 자동차 위주로 조성되어 있음을 지적해 왔다. 이런 때 서울의 대표적 상징거리인 종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매우 고무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현재의 종로거리를 보자. 하루 유동인구가 수만명을 넘는 종로는 보행자를 위한 걷는 환경이 매우 중요한 거리이다. 그러나 보도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각종 설치물과 가판대 노점상들은 시민들의 기본적인 보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사실상 보도의 주인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걷고 싶은 거리」가 되려면 현재 종로를 보다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기존의 보도위 설치물과 노점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보도 위의 넘쳐나는 쓰레기에 대한 해법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종로거리에는 각종의 이해와 권리(?)관계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이미 손대기 힘들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그러나 보도 위에서는 시민의 보행권보다 우선하는 그 어떤 권리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까지의 도시재정비 사업과는 다른,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있는 거리만들기 사업이 될 때, 보도가 정비되면서 가판대 등 노상 설치물이 덩달아 늘어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않게 될 것이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 걷고싶은 종로거리 만들기 반대
서울시 도시계획국에서 4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으로 종로에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고 한다. 내부순환도로의 개통으로 인하여 이 구간의 교통량이 10%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보행자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일이라고 한다.
이 계획은 보행자의 권리와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이 그럴 듯해 보이지만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면 주먹구구식의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보도의 폭을 넓혀달라는 것이 아니라 보도를 차지한 가판대, 불필요한 시설물, 주변 상점의 무단점유, 무허가 노점상등 보도상의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말끔히 없애달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당장 당연히 해야 할 이런 일을 제쳐놓고 새로운 일을 벌이려는 발상인 것 같아 안타깝다.
종로-종각은 서울시 강북지역의 핵심간선도로로서 현재의 8차로로도 버스를 포함하여 넘쳐나는 교통량을 처리하기에도 벅찬 구간이다. 8차로를 6차로로 전환시키는 경우에는 이 구간의 정체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인근 도로인 청계천로 을지로는 물론이고 남대문로 태평로 창경궁로도 몸살을 앍을 것이 분명하다. 내부순환도로로 인해 교통량이 10% 감소됐다고 하나 이러한 변화는 개통 직후 어느 한 시점에서 조사한 일시적인 결과일 뿐이다. 교통량 평가는 도로 개통후 6개월이 지나서 하는 것이 마땅하며 대개 수개월이 지난 후에는 교통량은 원래의 수준으로 복귀할 뿐 아니라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 삼성생명 종로타워의 개관으로 이 구간의 교통량 증가는 자명하다.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차량과 보행자가 제한된 공간을 조화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교통정책은 공학적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교통관리실에 맡겨두고 도시계획국은 계획업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장명순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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