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에 근무하는 윤선민(25)씨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난 몰라요』를 연발하기에 바쁘다. 최근 삼성그룹의 「거짓말 광고」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후유증이다.윤씨가 출연한 광고는 이달부터 TV에서 방영을 시작한 삼성그룹의 이미지광고 「밀레니엄 프론티어」. 이 광고에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으로 네명의 역군이 소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일한 홍일점인 윤씨는 「월드컵게임 광통신망 설계, 구축」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소개되고 있다. 제목대로라면 윤씨는 2002년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컵게임에 사용될 인터넷용 광통신망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작업에 주역으로 참여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삼성SDS 그룹웨어 사업팀 소속으로, 광통신망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에서 작동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이다.
이 때문에 TV광고를 본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는거냐』, 『그게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오면 당혹스럽다.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서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을 하면 모두들 의아해한다.
윤씨는 이번 광고가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는 현재 인터넷그룹웨어인 「유니웨어」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98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현재 직장에서 컴맹을 벗고 프로그래머로 태어나 처음 맡은 작품이기 때문에 「유니웨어」에 대한 애착이 크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정보통신업체에 지원했지만, 남들과 달리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룰 줄 몰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컴맹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신입사원시절 무섭도록 컴퓨터공부를 했다. 덕분에 입사동기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올려 60만원의 상금도 받았다.
윤씨의 목표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 특히 21세기에 인터넷이 기본통신수단으로 자리잡으면 그가 하고 있는 인터넷소프트웨어 설계가 더욱 빛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
/글 최연진 사진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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