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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현실 무시한 '장애인 보호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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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현실 무시한 '장애인 보호규정'

입력
1999.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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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장애인을 위한 학교 「노들장애인야학」을 비롯한 4개 장애인 권익단체는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시장을 상대로 3,202만8,530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면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싸움의 계기가 된 사건은 6월 28일 오후8시5분께 일어났다. 「노들장애인야학」초등학교 과정에 다니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이규식(李圭植·31)씨는 혜화동에서 친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보통 휠체어보다 큰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씨는 지하철을 타려고 4호선 혜화역에 들어섰다. 역무원을 부르자면 한참후에야 나타날 것이고 짜증내는 모습이 부담스러워 혼자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다. 휠체어용 리프트를 내리고 오르려는 순간 이씨의 휠체어는 리프트를 지나쳐 앞쪽으로 굴렀다. 10㎝ 높이의 리프트 받침대 턱이 큰 휠체어를 지탱하지 못한 것이다. 휠체어와 함께 계단을 구른 이씨는 전치3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 관계자 등을 만나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결심이 섰다. 『휠체어용 리프트를 살펴보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금방 드러납니다.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턱은 너무 낮아 무용지물이고 좌우로 넘어지지 않게 고정하는 안전띠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규정대로 만들었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노들야학」교장 박경석(朴敬石·39)씨의 말이다.

소송대리인 임영화(林榮和)변호사는 『보건복지부령에 규정된 최소치로 리프트를 만들어놓아 전동 휠체어의 경우는 받침대보다 커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말 그대로 리프트를 위한 리프트를 만들어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임변호사는 『승소여부와 관계없이 장애인의 권리찾기에 의미를 두고싶다』고 말했다.

구호와 보여주기 행정만이 떠들썩한 이 사회로 인해 이씨의 마음은 전치 3주를 넘는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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