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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현철'차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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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현철'차원이 아니다

입력
1999.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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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전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8.15특사에 포함될것이냐를 놓고 온나라가 시끄럽다. 그를 사면시키는 쪽으로 기울던 김대중대통령은 반대여론이 워낙 거세자 일단 물러섰고, 8.15특사안을 의결하려던 국무회의도 13일로 연기됐다.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사면반대의 포문을 열었고, 한 여론조사에서는 사면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90%나 됐다.이렇게 여론이 들끓는 것은 김영삼전대통령과 김현철씨에 대한 국민감정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대통령 재임중에 아들을 감옥에 보내야했던 김영삼씨는 국민의 마음에 남아있던 마지막 동정심까지 스스로 짓밟는 언동을 계속해 왔다. 그가 현정권을 비난하고 협박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아들의 사면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이 돌면서 사면문제가 공론화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여론이 먼저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국민이 비난하는 것은 김현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은 국경일이나 명절마다 비리관련 정치인들이 특사로 풀려나서 핍박받던 민주투사처럼 정치무대로 복귀하는 것에 참을수없는 역겨움을 느끼고 있다. 사면·복권된 김현철씨가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려한다는 것은 뻔한 상식이다.

역대대통령들이 사면·복권을 자기 주머니에 들어있는 개인권한처럼 남용해 왔다는 점도 국민이 못참는 사항이다. 사면·복권을 내리는 것은 법이 정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국민적 화해를 위해 그 권한을 사용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김대중대통령도 이번 8.15특사를「화해와 용서」의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고, 김현철씨에 대한 사면 역시 같은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김현철씨의 사면으로 누가 누구와 화해를 하게되는지, 그 결과 나라에 어떤 이득이 오게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의 사면을 반기는 세력과의 화해로 정국이 풀리면 국정이 잘 돌아가고, 결국 나라에 좋은일이 아니겠느냐는 식의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사면의 명분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때 그 사면행위는 권력남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김현철사면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국민을 낯뜨겁게 하고 있다. 여권은 김현철사면설을 흘리면서 국민과 김전대통령측의 반응을 떠보고 있고, 반대여론이 거세짐에따라 사면유보의 핑게를 축적해가고 있다. 우리는 당신의 아들을 사면해주고 싶지만 국민이 이렇게 반대하니 어쩌겠느냐는 태도가 눈에 보인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할 일이니 국민이 이해해달라는 자세가 아니라 여론을 중시한다는 이름아래 이해득실을 따라가겠다는 자세다.

김전대통령은『김대중씨의 대선자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때가되면 밝히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는데, 내 아들을 사면하지 않으면 좋지 않을것이라는 협박으로 들린다. 전직대통령이 현직대통령에게, 그것도 목숨걸고 민주화투쟁을 같이했다는 과거의 동지에게, 시중에서나 돌아다닐 이런 협박을 하고있으니 사면복권의 고매한 뜻은 날라간지 오래다. 사면하는 측에서「화해와 용서」를 아무리 강조해도 협박에 굴했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서울대 홍준형교수는 지난 6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글에서『대역죄인처럼 처단하고나서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 용서와 화합을 내세워 슬그머니 풀어주는 은전의 정략때문에 선과 악이 혼동되고 범죄자와 의적이 분간되지 않는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면복권 남용의 폐단을 날카롭게 지적한 글이다. 김현철사면의 차원에서 여론을 저울질해서는 안된다. 이제 국민은 어제의 「대역죄인」들이 금뱃지를 달고 청문회에서 호통치는 장면을 더이상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렸든 대통령이 사면할수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은 대통령이 그 권한을 매우 제한적으로 써야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엄연한 시대정신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주필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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