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총리해임건의안 제출 등으로 여야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 1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주례보고가 있었다. 김총리가 지난달 13일 주례보고 뒤 『양당간 공개적인 내각제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청와대에 중단을 요청한 지 4주만이다. 이날 보고도 『아직 때가 안됐다』며 소극적인 김총리에게 청와대가 완곡히 요청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김총리의 연내 내각제 개헌유보로 큰 짐을 던 김대통령으로서는 자민련의 반발, 야당의 정치공세 등으로 벼랑끝에 몰린 김총리에게 어떤 식이든 관심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많은 얘기들이 오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작 이날 두사람의 만남은 국무회의가 끝난뒤 30분 정도만 남짓만 이뤄졌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자초하면서까지 연내 내각제 개헌을 유보한 김총리에게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도 갖고있다』며 『김대통령이 김총리에게 이런 뜻을 전하며 위로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총리는 그러나 주례보고가 끝난 뒤 보고내용을 궁금해하는 기자들에게 『해 줄 얘기가 없어』라며 말문을 닫았다. 김대통령의 위로만으로 씻기에는 안팎으로 옥죄는 정치상황이 워낙 답답한 탓이었을까.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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