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의 고가경품 실태 조사를 마치고도 정작 처벌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공정위는 5~7월 서울시내 백화점들이 값비싼 외제승용차와 수백만원에 달하는 해외여행권을 내걸고 벌인 판촉활동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유인」이라고 판단, 실태조사를 마쳤다. 복권당첨보다 확률이 떨어지는 경품을 미끼로 소비자들을 현혹해 과소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처벌을 하려고 보니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가 애매하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백화점들이 「연간 예상 매출액의 1%에 한해 경품을 허용한다」는 공정거래법 「경품 고시」를 어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로서는 올 초 15만원짜리까지만 허용했던 규제를 완화하라고 지적한 규제개혁위원회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처벌 않고 넘어가자니 시민단체들의 압력이 만만치 않다. 「고가경품이 사행심을 조장하고 상거래 질서를 해친다」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성환(吳晟煥)공정위 경쟁국장은 결국『현행 경품 고시에 위배되지는 않더라도 소비자들의 사행심리를 지나치게 부추겨 판촉에 이용하는 행위는 「부당 고객유인」에 해당한다』며 『처벌도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처벌할 경우 공정위가 무리한 규정을 적용해 법집행을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관련 소비자단체는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올 초 완화한 경품규정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경품만 보고 백화점을 찾는 손님들은 없다. 단지 부가적인 서비스일 뿐인데 법규정을 확대해석해 굳이 처벌을 하려는 공정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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