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사건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계좌추적이 정치사찰 의혹으로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세풍사건 수사와 무관하게 91년 1월부터 98년 9월까지의 중앙당 후원회 입출금 내역을 조사했다고 폭로하고 관련자료를 공개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근거로 검찰이 92년 대선과 95년 자치단체장 선거, 96년 15대 총선등과 관련한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조사했다면서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검찰은 세풍자금과 연계된 계좌의 거래내용을 조사한 것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야당 주장을 일축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때 설득력이 약하다. 검찰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수사하면서 선을 분명히 하지 않은 탓도 있다. 파업유도 의혹사건 수사로 신뢰회복의 전기를 마련하려던 검찰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야당의 의혹제기를 단순한 정치공세로 넘겨 버리지 말고 성실하게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야당은 이미 『검찰이 영장기간을 무시하고 계좌추적을 했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고, 세풍을 구실로 당후원회 계좌를 무한대로 추적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92년 대선과 96년 총선시기의 한나라당 후원회 자금내역을 왜 뒤져 봤는가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켜야 할 책무는 검찰에 있는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수사하면서 다시 정치적 의혹을 불렀다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법원 역시 이번 파문을 강건너 불보듯 남의 일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계좌추적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영장 사전심사를 충실히 해야 할 책임은 법원에 있다. 법원은 계좌거래 명목이 워낙 방대해 우리로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좀더 세심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법원의 영장심사 소홀로 개인의 귀중한 금융거래 정보가 누출되고, 특정목적에 이용된다면 이는 민주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중대한 실책이다. 그렇지않아도 법원은 수사편의에 이끌려 왔다는 불명예스러운 지적을 받아 왔다. 법원은 계좌추적 영장심사에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함께 금융기관도 나름대로 계좌추적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 이런 식의 논란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계좌추적 논란이 일어나는 사회는 더이상 민주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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