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비올레타. 그리운 알프레도. 5~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라간 김자경오페라단의 「춘희」(원제 「라 트라비아타」) 에서 소프라노 전소은, 테너 이원준을 본 것은 기쁨이었다.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활동해 국내엔 덜 알려진 얼굴. 전소은은 96년 국립오페라단의 「청교도」에 나왔고 이원준은 이번이 국내 데뷔였다.「라 트라비아타」는 끊임없이 공연되는 작품이지만, 전소은의 비올레타는 특별했다. 그는 혼신을 다하는 생생한 연기와, 비올레타의 복잡한 심경 변화를 손에 잡힐듯 선명하게 그려내는 노래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에게서 진짜 살아있는 비올레타를 봤다. 이원준의 알프레도도 빼어난 것이었다. 그의 노래는 중음에서 특히 편안하고 아름다웠으며 연기도 훌륭했다. 두 사람은 빈틈없이 호흡을 맞추고 뜨거운 에너지로 무대를 달궜다.
더블캐스팅을 한 이번 공연은 또 한 팀으로 국내 오페라의 간판스타인 소프라노 박정원과 테너 김영환을 내세웠지만, 그들의 무대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박정원은 연습 기간부터 목의 상태가 안좋았다는 후문.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형편이 못됐다. 상대역인 김영환도 역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고 더러 불안했다.
국내 오페라 지휘는 처음인 함신익은 오페라를 읽을 줄 아는 지휘자임을 보여줬다. 관현악반주를 맡은 프라임필이 신생 오케스트라이고 관(管) 파트가 취약해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의 흐름과 표정을 살려냈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으로 출연한 바리톤 김동규도 극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다. 단, 빈약한 무대 세트와 어설픈 합창단은 흠이 됐다.
커튼콜 때 김자경오페라단 대표 김자경씨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등장해 객석에 인사를 보냈다. 48년 한국 최초 오페라 「춘희」의 비올레타였고 평생을 오페라에 바친 그가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불편한 몸으로 무대에 나타났을 때, 객석은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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