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기자회견의 골자는 「3김정치 청산」과 「제2 창당」. 이총재는 내각제 공약파기를 전형적인 3김 정치행태로 규정하고, DJP장기집권음모 분쇄를 이같은 구시대적 정치 청산의 첫번째 과제로 꼽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재신임투표와 국민회의 탈당,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사퇴 요구는 이런 맥락이다.「3김정치 청산」이라는 화두의 속뜻은 자명하다. 국민의 거부감을 업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정국구도를 「3김(金)1이(李)」로 몰아가 3년뒤를 기약하겠다는 것이다. 회견에서 내각제개헌 포기를 촉구하면서 대통령제 고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는 이를 위해 「3김정치 청산 및 장기집권 저지위원회」를 구성,모든 세력과 연대해 반(反)DJP 전선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대여공세가 이어지면서 정국이 경색국면으로 빠져들 것임을 짐작케 한다.
한편으로 이총재는 자기변신을 다짐했다. 제2창당을 하겠다는 것이다. 3김 넘어서기라는 자신의 정치적 목표와 지향점에 다가가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 당개혁을 추진할 「뉴밀레니엄 위원회」를 발족시킨다고 했다. 대대적인 당직개편도 하고 신진인사도 영입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 대해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당 안팎의 비난이 적지 않다. 구체적인 내용없이 또 한번 구호에 그쳤다는 평가다. 총재실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 밝혔던 구상을 총정리한 것』이라면서도 『새롭게 담을 내용이 마땅찮았다』고 실토했다.
이총재는 「YS 딜레마」도 풀지 못했다. 회견문에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었다. 『3김정치를 청산키 위해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어떤 명분으로든 야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장기집권음모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켜갔을 뿐이다. 일문일답에서도 『김전대통령이 별도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넘어갔다. 말은 3김의 산을 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당장 1김에 막혀있는 모습이다
.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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