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실인가? 6,000년전 태양과 함께 시작해 태양의 아들(파라오)을 낳고, 태양 속으로 사라진 고대 이집트. 그 모래 위에 남겨진 아득한 역사의 현장에서 인류는 「위대함」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 욕망이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신비감, 람세스의 존재를 과장·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프랑스의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는 「태양이 삼킨 람세스」(우종길 옮김·1만2,000원)에서 『이집트는 상상력이 진실을 압도해 버렸다』고 비꼬았다. 「투탕카문의 복수」 「파라오의 신비한 과학」 「피라미드의 비밀」따위의 열광적인 보고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람세스의 탈신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용경식 옮김·9,000원)에서 나일강과 이집트 문명의 관계를 탐색했다. 소설 「람세스」를 쓴 크리스티앙 자크는 역사와 유물, 신화에서 창조적 활동을 했던 「태양의 여인들」(이인철 옮김·1만원)을 발견했다.
영림카디널이 내놓은 「이집톨로지(Egyptology)」는 이 세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은 것이다. 자크의 또 한 권의 이집트에 관한 이야기 「나일강 위로 흐르는 빛의 도시」도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곧 나온다.
30년간 아부 심벨과 누비아 강기슭을 누빈 노블쿠르는 깨달았다. 『아득한 고대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인물(람세스)의 생애를 구성하는데 상상력에 의지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그의 삶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현실(사실)」이 불러 일으키는 유혹이 소설가의 어떤 반짝이는 「허구」보다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책 속에 정성스럽게 소개하고 해석한 수많은 벽화와 조각 사진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자크의 소설로 엄청난 신화가 돼버린 람세스. 그는 누비아와 테베에서 불가사이한 신전을 건설하고, 히타이트 연합군과의 카데슈 전투로 평화시대를 구현한 위대한 파라오였다. 「태양을 삼킨 람세스」는 영화처럼 그의 죽음과 장례를 재현하고 나서, 67년이란 긴 세월의 「람세스 시대」를 추적해 간다. 이집트 사회 상황을 근거로 제시한 모세의 「출애굽」에서 종교와 민족의 차이에 따른 우상과 신화의 크기도 발견한다.
노블쿠르는 고대 이집트의 모든 것은 「나일강의 범람」이라는 한가지 현상에 좌우된다고 갈파했다. 「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는 이집트의 생명과 풍요의 상징이자, 신의 선물인 강의 범람이 이집트 유물 속에 어떤 상징과 이미지로 남았는지를 시각 자료와 함께 정리한 인문학 연구서.
「태양의 여인들」은 이집트 여성사회사다.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의 여인들」처럼 소설같은 필체와 묘사로 그들의 삶과 위상을 조명했다. 여신 이시스, 여성 파라오 하쳅수트, 람세스의 아내 네페르타리 같은 권좌의 여인이 있었는가 하면 전문직업여성, 신을 숭배하는 여신관도 있었다. 19세기 서양사회보다 더 앞선 평등과 기회를 누렸던, 가정과 사회속에서 당당했던, 지금의 이집트에게는 「옛 영광」에 불과한 그 찬란한 흔적들을 찾아간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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