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역시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9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29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5일째 경기는 야구 명문고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긴장된 한판이었다. 지난 대회 우승팀 경남고는 에이스 강민영과 거포 김진욱이 청소년대표팀에 차출됐음에도 불구, 부산상고를 7-0 8회콜드게임으로 간단히 눌렀다.
차포 떼고 이긴 격. 전국대회 13회 우승의 천안북일고 역시 대회 첫 연장전까지 돌입한 접전끝에 화력이 돋보인 마산상고에 5-4로 역전승했다.
8일 경기서는 전주고가 주전이 3명이나 빠진 대통령배 우승팀 부산고를 6-3으로 눌렀고, 군산상고는 「역전의 명수」라는 옛 명성을 되살리기라도 하듯 서울고를 6회말 0-5에서 대추격전을 펼친 끝에 10-5로 역전승했다.
◆부산상고-경남고
내야수의 단 한차례 실수가 팀의 운명을 갈랐다. 7회말 2-0으로 이기고 있던 경남고의 공격. 2사 만루에서 6번타자 구제선이 친 평범한 내야땅볼을 부산상고 유격수 김태우가 2루로 악송구한 것. 이 바람에 부산상고는 경남고에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2점을 무상헌납해야 했고, 경남고는 다음타자 김용준의 적시타로 손쉽게 또 1점을 보태 5-0으로 달아났다.
지난 대회 우승팀 경남고는 에이스 강민영과 지난 대회 MVP 김진욱이 청소년대표팀에 차출됐음에도 2년생 좌완투수 장기영의 대회 첫 완봉호투와 상대 실책에 힘입어 부산상고를 7-0 8회콜드게임으로 이겼다. 8이닝동안 산발 5안타로 팀의 완봉승을 이끌어낸 이날의 히어로 장기영은 8회말에서는 좌중월 솔로홈런까지 때려내 생애 최고의 날을 기록했다. 경남고는 이날 강민영의 홈런을 포함, 3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마산상고-천안북일고
천안북일고의 기사회생 한판승. 천안북일은 8회까지 4-1로 마산상고에 끌려다니다 9회말 그야말로 기사회생, 연장전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8회말 1번타자 이창훈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추가, 4-2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천안북일은 9회말 4번타자 김태균과 5번타자 오윤의 대회 두번째 랑데부 홈런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 것.
천안북일은 대회 첫번째 연장전 10회말에서도 보내기번트 2개와 볼넷 등을 묶어 1사 만루를 만들고 이어 5번 오윤의 좌측담장을 맞히는 멋진 끝내기 안타로 감격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끝내기 안타는 6일 제물포고와 청주기공전에 이어 두번째. 마산상고 3년생 언더핸드 투수 김현률은 8회말까지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9회말 연속 홈런 2방을 얻어맞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부산고-전주고
대통령배 우승팀 부산고가 무너졌다. 추신수(투수) 성민국(포수) 정근우(내야수) 등 팀 주전 3명이 청소년대표팀에 차출된 부산고는 2회와 6회 두차례나 전세를 뒤집으며 저력을 발휘했으나 전주고의 끈질긴 추격과 행운의 안타에 그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이날 승부의 갈림길은 전주고의 7회말 공격. 2-3으로 뒤지던 전주고는 6번타자 최병수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데 이어 9번타자 윤형관과 1번타자 장요상의 적시타로 다시 2점을 추가, 5-3으로 달아났다. 8회말에서도 무사 2루에서 6번타자 최병수의 1루 베이스를 맞히는 행운의 안타로 1점을 보태 6-3으로 승세를 굳혔다. 전주고 3년생 투수 전난수는 8회초 등판, 137㎞의 강속구로 2이닝동안 6타자를 무안타로 막아내며 호투했다.
◇서울고-군산상고
군산상고는 역시 「역전의 명수」였다. 에이스 이승호가 대표팀에 차출된 군산상고는 5회까지 0-5로 뒤져 패색이 완연했다. 군산상고는 그러나 6회말 2사 만루서 7번타자 김선국이 주자 일소하는 회심의 2루타를 휘둘러 단번에 3-5로 대추격전을 시작했다. 이어 8번타자 정종섭의 좌측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또다시 1점을 추가, 4-5로 따라붙었다.
7회말에서 마침내 동점을 일궈낸 군산상고는 8회말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무사 1,3루에서 9번타자 유제건이 황금같은 3루타로 2점을 추가, 마침내 7-5로 전세를 뒤집으며 이날 승부를 사실상 갈랐다. 8회말에서만 5득점.
서울고는 1년생 우완 사이드암투수 장병탁이 5와3분의2이닝동안 2실점하며 호투했으나 이후 잦은 투수교체로 패배를 자초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9일전적
부산상고 000 000 00 - 0 경 남 고 000 011 32 - 7
박진환(6회) 장기영(8회) 서정호(8회·경남고)
마산상고 030 000 010 0 - 4 천안북일고 100 000 012 1 - 5
이창훈(8회) 김태균(9회) 오윤(9회·이상 천안북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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