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9일 기자회견은 3김정치의 폐해와 청산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투쟁방향과 결의를 밝히는 선전포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총재의 회견은 총재취임 1주년에 맞춘 것이지만 최근 김영삼전대통령의 민주산악회 부활 등 정치재개 선언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후3김시대」의 부활 조짐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를 사전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는 회견의 상당부분을 3김청산에 할애했고 『3김정치 청산을 시대적 사명으로 인식하고 이 역사적 투쟁에 모든 것을 걸고 앞장 서겠다』고 다짐한 것은 차기를 담보하려는 정면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물론 그가 강조한 3김청산 주장에는 향후정국을 3金1李의 대립구도로 끌고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그 해석이야 어떻든 눈앞에 다가온 뉴밀레니엄 시대와 맞물리면서 3김정치 청산문제가 이미 국민적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은 「3김정치 청산」과 「후3김시대」등의 공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이 같다는 이유로 김대중 김종필씨가 김영삼씨와 한묶음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것이다. DJ와 YS가 어떻게 한 반열에 오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있는 3김정치 청산은 자연인 세 사람의 옳고 그름이나 능력유무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3김이 아니라 「3김식 정치」행태의 청산이다.
3김식 정치행태의 요체는 바로 1인 보스중심의 권위주의 정치다. 보스의 독선과 오만때문에 당내 민주화는 제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의회민주주의 발전과 정치개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3김의 공과(功過)는 제각각이지만 그 정치행태만은 오십보 백보다. 국민 대다수가 YS의 정치재개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이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총재가 반DJP전선의 중심을 야당으로 설정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YS가 민주산악회 재건 명분을 반독재투쟁이라고 내세웠지만, 그것은 정치재개의 구실에 불과할 뿐이다. YS는 그런 여력이 있다면 그 힘을 야당에 실어주는 것이 올바른 처신일 것이다.
그러나 3김청산은 그렇게 쉽게 인위적으로 성사되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도 이총재나 한나라당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심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총재나 야당도 변해야 한다. 이총재는 국민정당, 정책정당, 수권정당을 제2창당 작업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이 3김 대체세력이 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과 당내 개혁에 앞장서야만 3김식 정치행태 청산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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