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분야 동아리 활동을 업무의 연장으로 인정하고, 적극 지원하는 업체가 있어 화제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쌍용정보통신(대표 염정태)이 그 곳.여느 사기업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면 업무중에도 상사 눈치 볼 필요없이 자유롭게 동아리활동을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기술 파트 직원의 90%, 전사원의 60%를 넘는 500여명이 기술동아리 회원으로 가입, 독특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초 일부 뜻있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들기 시작한 기술동아리는 현재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킹, 멀티미디어 등 10여개로 늘었다.
이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신기술 습득에 목말라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린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다. 염사장은 업무순시중 『맡은 일만 하다보니 신기술로부터 소외돼 정보통신 분야의 생명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불만을 듣고 동아리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회사에서는 각 동아리에 회원 1명당 연 5,000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별도의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하면 관련 비용을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하고 있다. 또 동아리 활동을 공식 업무로 인정하고, 사내 통신망인 「사이버 오피스」에도 기술동아리 코너를 마련해 온라인상으로 회원들끼리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회사측은 연말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동아리와 우수 회원을 선정해 인사고과 반영 등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했다. 또 기술과 독창적 아이디어가 결합된 유망 사업 아이템을 내놓는 직원을 사내벤처로 키우고, 본인이 원할 경우 협력업체로 창업 지원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같은 각종 지원책이 경영진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동아리들을 이끄는 「전문가그룹」의 심의결과에 따라 이뤄지도록 한 것도 이채롭다. 회원들이 대리급 이상 직원들 가운데 풍부한 식견을 갖춘 100여명을 추천해 구성한 「전문가그룹」은 이외에도 기술자문 역할은 물론, 후배들의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과 조직생활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친절한 상담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전문가그룹 리더인 복병학 SI기술팀장은 『직원들의 자기계발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애사심이 생겨나고, 동료애도 전보다 두터워졌다』면서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아리 활동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정보통신 신기술을 모두 망라하고 있어,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준비된 「인력 풀」로서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IMF사태이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직장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일부 경영진들 사이에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이 업무 지연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던 목소리도 자취를 감췄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아동보육시설을 방문해 컴퓨터교육을 실시하고, 소외된 지역을 찾아 컴퓨터를 무료로 수리해주는 등의 사회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