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세계 자동차업계의 초대형 빅딜, 소위 「메가 딜·Mega Deal)」의 소용돌이에 합류했다.9일 전략적제휴 협상에 착수한 대우와 GM은 모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밝혀 9월께면 제휴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우와 GM의 전략적 제휴 결과에 따라 21세기 국내 자동차산업을 현대·대우 양사체제로 끌고가려는 정부의 정책 골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3~4년전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분석기관들은 초대형장치산업인 자동차사업의 구조적 특성상 2000년대 초반에 6~8개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당시 국내업계는 이를 무시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죽음의 질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기업들과 손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우와 GM간 제휴협상에 따라 GM이 대우차 경영권 확보 GM이 대우 지분에만 참여 협상 결렬등 3가지 중 하나의 안이 결정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1= GM이 대우차 경영권 확보
연산 850만대로 세계 1위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는 GM이 대우차 지분 51%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한국을 아시아권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데다 대우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동유럽권까지 손에 넣게 된다.
GM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다윗(현대)과 골리앗(GM)」의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이 경우 현대자동차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드, 도요타, 벤츠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와 손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회사는 신차 1개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다 자동항법장치, 충돌방지레이더등 급속도로 확산되는 첨단장치들을 개발하기 위한 인력과 소요비용 또한 천문학적 규모이기 때문이다. 초대형자동차업체들만이 글로벌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부담을 상쇄하고「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와 자본·기술제휴관계에 있으나 미쓰비시 자체가 해외기업들의 인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여서 미쓰비시를 21세기 파트너로 삼기에는 취약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나리오2= GM이 대우차 지분에만 참여
GM은 대우자동차 경영권을 인수하기에는 대우차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대우차의 부채는 국내외 합해 15조원 규모. GM은 대우차 경영권 인수를 깊이 검토하고 있으나 경영권 인수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문제때문에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만일 GM이 대우자동차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하고 대우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게 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은 기존 상황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우는 종전보다 신차개발 능력과 국제적 마케팅 능력이 훨씬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동차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가 자리를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3= 협상 결렬
가능성은 낮지만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면 금융시장에서 대우그룹 회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돼 대우차는 물론 그룹 전체의 경영난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그룹은 당초 대우자동차 외자유치를 통해 2조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 구조조정에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같은 막대한 비용을 대신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협상 결렬은 국내외 금융시장 신뢰확보 실패→타 계열사 매각 악영향 및 대우관련 주가 하락 → 대우 계열사 증자 차질→구조조정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우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해외제휴선을 물색하거나 심지어 현대와의 제휴까지 고려하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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