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며칠이 지났건만, 연천군 전곡리 읍민회관에 마련된 수용시설에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들이 있다. 씻고 닦을 방 한칸이라도 있는 사람은 죄다 돌아갔으나 최후까지 남은 이들은 이번 수재에 시쳇말로 「기왓장 하나」건지지 못한 사람들이다.한탄강 상류 밤나무골 유원지에서 평생토록 고기잡이를 천직으로 살아온 봉모(66·경기 연천군 전곡4리)씨. 불어넘친 한탄강 강물에 전 재산인 컨테이너 가건물과 고깃배를 흘려 보냈다. 봉씨의 이웃 함모(38)씨. 드문드문 찾아오는 낚시꾼들에게 매운탕을 끓여대며 중학생 딸을 공부시켜온 그가 지킬수 있었던 것은 「질긴 목숨」뿐이었다.
96년도에도 이들은 올해와 똑같은 수해를 입었다. 당시 봉씨가 정부로부터 받은 돈은 300만원. 침수가옥에 대한 피해보상금이 아니라 단지 수재의연금이었다. 『우리는 정부의 수재피해 통계에 잡혀있지도 않은 사람들입니다. 살고있는 건물이 무허가거든요. 무허가건물이 물에 쓸려가면 쓰레기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예요』봉씨의 말이다.
일반주택의 경우 3,000만원에 가까운 보조금이 지급된 것을 알았지만 봉씨는 당시 아무런 이의제기를 할 수 없었다. 괜히 나섰다간 관청에서 단속원이 나와 강변에서의 「영구철거」를 명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평생 지켜온 터전에서 늘그막에 쫓겨나는 일만은 차마 피하고 싶었다.
봉씨와 함씨를 비롯해 기둥뿌리까지 몽땅 날려버린 한탄강변 8가구는 지금 20인용 텐트를 치고 그안에서 잠을 잔다. 식사는 읍민회관에서 제공하는 급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지원을 기대해 보지만 96년도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 같고, 그 돈으로 제대로 된 집을 짓기도 역시 어려울 것이다.
『오죽 딱한 형편이면 해마다 물이 넘치는 강가에 살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해도 수재민 취급조차 받지 못해요. 없는게 죄지요』 봉씨와 함씨의 불행이 올해로 끝나기도 어려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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