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에 「총리해임 건의안」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은 한나라당이 10일 제출키로 한 총리해임건의안을 「부적절하고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로 규정, 사전봉쇄나 표결불참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총리해임안 국회처리 거부는 국회의 포기』라며 추경예산안 등 임시국회 의사일정과의 연계투쟁 등으로 맞설 예정이어서 한바탕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야당의 「총리해임안」 전략이 공동여당의 분열을 유발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재신임투표를 밀어붙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원천부터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은 여론 선점을 위한 논리 무장까지 마쳤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는 『대통령제를 고수, 내각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 한나라당이 내각제 개헌 연기를 이유로 총리해임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속임수』라고 강조했다. 또 『연기 합의는 자민련 총재 자격으로 한 것일 뿐 총리의 직위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해임안 사유 자체가 위헌』이라는 법률적 논거까지 마련했다.
여당은 총리해임안에 대한 3단계 대응 전략을 세웠다. 우선 『해임안 제출이후 국회 파행은 한나라당 책임』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해임안 제출을 포기하도록 물밑교섭을 통해 압박중이다. 강행하면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해임건의안 제출보고를 하지 않도록 「위헌론」을 내세워 설득할 방침. 그래도 해임안이 상정되면 본회의에 불참, 안건을 자동폐기 시킨다는 전략이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총무대행은 『상정되면 자민련은 무조건 퇴장한다』고 밝혔고, 박총무도 『우리만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권의 불참전략은 표결에서 1표의 반란표만 나와도 모양이 구겨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 자민련내 JP에 대한 저항 세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서상목(徐相穆)파동」의 악몽도 잊혀지지 않는 듯하다. 박총무는 『해임안을 내걸어 특검제법안 등 야당이 원하는 것만 얻고 추경안과 개혁입법은 뒤로 미루려는 뻔한 전략에는 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한나라당이 김종필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한 근거는 김총리의 대국민 약속위반.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공동정권의 한 축을 점한 김총리가 그 약속을 폐기, 국민을 기만한만큼 더이상 총리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은 물론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부영(李富榮)총무도 『우리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도 여당측은 국회본회의 보고 자체를 거부할 것이고, 설사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여당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의도는 해임결의안 제출자체가 갖는 정치적 효과에 있다. 내각제 논의의 불씨를 어떻게든 되살리면서, 한편으로는 세풍사건의 재점화 등을 통한 여권의 거센 공세에 제동을 걸어 현재의 수세국면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는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전총재권한대행 경질과 내각제 개헌 유보 등으로 공동여당 내부에 김총리에 대한 반감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는 현실인식도 깔려있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일부에서 이탈조짐이 감지되는 등 벌써부터 공동여당 내부의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재신임투표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분위기 조성 및 여론탐색의 의미도 담겨있다.
어쨌든 한나라당은 여권이 표결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회 파행을 전적으로 여당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강력한 대여공세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총무는 『여당이 김총리 해임건의안 처리를 거부한다면 국회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추경예산안 등 임시국회 의사일정과의 연계 투쟁가방침을 밝혔다. /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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