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GM이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로써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은 새 전기를 맞았다. 자동차가 GM에 넘어가면 자동차가 떨어져 나가는 것만으로 그룹의 부채규모가 10조원 정도 줄어든다. 그리고 지분매각대금으로 8조4,000억원 이상의 계열사 채무를 상환할 수 있다.채무상환을 우량계열사에 집중시킬 경우 해당사에 대한 금융기관의 출자전환, 매각, 외자유치 등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대우는 소그룹으로 다시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대우는 이러한 구조조정을 성사시키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문제는 GM이 대우자동차 전부를 인수할 의향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GM은 그동안 경차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문 인수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수가격 결정이다. 대우의 부채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GM으로서는 인수자체가 큰 부담이다. 따라서 인수가격을 낮게 제시하고 상당액수의 부채탕감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긴박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우는 협상의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 매각협상의 경우와 같이 계속 부채탕감을 요구하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헐값에 인수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포드의 기아자동차 인수협상이나 벤츠의 쌍용자동차 인수협상이 무산된 것도 바로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대우자동차의 매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우자동차 매각이 무산되면 대우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경제는 겉잡을 수 없는 불안 속에 빠지게 된다. 대우그룹은 자산규모로 국내 2위의 재벌이다.
대우가 쓰러지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현 상태에서 대우문제를 방치할 경우 우리경제는 심각한 연쇄부도 불안에 빠져 스스로 침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우그룹의 부실에서 오는 불안을 확대 재생산하여 끝내 경제를 쓰러뜨리는 결과를 빛을 수 있다. 대우문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외국자본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경제를 어둠 속에 밀어넣고 있다.
이제 우리경제는 스스로 몸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도 대우문제를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대우도 살고 금융시장도 살고 경제도 산다. 이런 견지에서 우선 필요한 것이 대우그룹의 부실상태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다. 총부채규모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시장의 불신이 극도의 상태에 이르고 어떤 구조조정안도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 각 계열사의 부실정도를 명확히 밝히고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확실하게 가려내야 한다. 그리고 살릴 기업을 위해 국민의 돈을 얼마나 투입해야 하는지 분명히 해야한다.
다음 대우는 자동차매각에만 매달려서는 결코 안된다. 이것이 약점으로 비춰질 경우 자동차의 공정한 매각협상은 불가능하고 그룹의 구조조정은 다시 물거품이 된다. 차제에 대우는 증권 등 건전한 사업부문의 매각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 현재 대우그룹의 형편으로 보아 원하는 사업부문을 다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말로 대우가 국민경제를 지키고 다시 살아나겠다는 뜻이 있다면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터 매각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래야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계열사의 매각이나 외자유치를 유리한 조건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대우는 부채를 탕감하는 것을 전제로 헐값에 외국에 매각할 바에야 국내에 매각하는 것이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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