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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교수] "재벌개혁 진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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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교수] "재벌개혁 진전 없다"

입력
1999.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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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교수 한국경제, 아직도 멀었다환란(換亂)직전인 97년 「한국경제, 죽어야 산다」는 책을 통해 경제주체들에 심각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던 서울대 정운찬(鄭雲燦·경제학) 교수가 또 한권의 평론집 「한국경제, 아직도 멀었다」를 펴냈다.

지난해 이후 발표했던 신문칼럼과 강연, 학술논문등을 한데 묶은 이 책에서 정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1년반의 공과를 특유의 비판적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IMF 조기탈출 기대감에 도취해 있는 정책당국과 국민들에게 그는 또 한번 『죽어야 사는 한국경제가 아직도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경제의 개혁과제 중 가장 지지부진한, 그래서 더욱 수술이 시급한 부문을 재벌개혁으로 꼽고 있다. 환란의 원인이 상당부분 재벌의 과잉설비와 차입경영, 총수 독단체제에서 비롯됐는데도 이 문제의 뿌리들은 아직도 제거되지 않았으며, 경제위기도 근원적으로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 교수는 구조조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면서도 엄격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비시장적 방법이라도 쓸 수 밖에 없다』는 케인스의 주장을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정부주도의 재벌구조조정이 「반(反)시장적」이란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현재의 재벌체제 자체가 반시장적인 것이며, 시장이 없는 한국경제에 시장의 기틀을 세우려면 무엇보다 재벌체제부터 혁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한국은행 총재직을 제의받았고, 현 정부는 지금도 그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이 책에서 광범위한 개혁주체세력의 정비와 함께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개혁을 새롭게 시작할 것을 정부에 권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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