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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KBS 박해선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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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KBS 박해선PD

입력
1999.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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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보면 연출자의 생활과 성격을 알 수 있다. 5일 KBS 신관 6층 사무실에서 만난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박해선(43) PD. 그는 요란하지 않으면서 편안한 성격이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역시 그렇다. 대부분의 방송 가요 프로가 10대 위주 음악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이소라의 프로포즈」은 철저히 소외된 20~40대들이 애착을 갖고 참여하거나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다.인터뷰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동료 연출자가 찾아와 공개 방송 「이소라의 프로포즈」 방청권을 부탁했다. 시청자와 연예인들로부터 다음주 방송에 대한 문의 전화가 잇달았다. 프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연출 자체가 인위적인 것이지만 프로그램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분위기가 풍겨나는 음악 프로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박해선 PD의 연출관.

그는 대부분 PD들이 신방과나 문학 관련 학과를 나온 것과 달리 홍익대 도시계획과를 나왔다. 『집에서 권하는 의대는 가기 싫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도시계획과에 진학했어요. 한 도시를 계획하듯 프로그램도 기획에서 연출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PD생활에 전공이 도움이 됐지요』

그는 질문마다 메모지에 글을 써가며 상세하게 답변했다. 글을 쓰는 게 천성인 듯 싶었다. 실제 박PD는 대학 때 「합류」라는 동인지 활동을 한 시인이며 95년엔 「늑대와 삐비꽃」이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다. 대학때 문학관련 라디오 프로에 1년동안 토론자로 출연한 것이 방송 PD로 입문하게 된 계기. 그는 다중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교감할 수 있는 것이 방송의 큰 매력이라고 했다.

83년 방송사에 PD로 입사했다. 그도 다른 사람처럼 드라마 PD를 원했지만 발령난 곳은 교양 담당PD. 교통사고로 고인이 된 이청룡 PD 밑에서 유아 대상 프로인 「TV 유치원」 을 5년동안 조연출을 맡았다. 『후배를 많이 아낀 이선배가 그래요. 「TV 유치원」 에는 음악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콩트도 있으니 연출자로서는 다 해보는 셈이라고요. 이 프로 조연출하면서 연출의 모든 것을 배웠지요』

「TV 유치원」을 1년간 연출한 뒤 90년 4월 예능국으로 잠시 외도, 6개월 정도 「가요톱 10」을 조연출했다. 곧 바로 교양국으로 복귀, 동요 프로인「노래는 내친구」연출을 맡았다.

다음 작품이 시청자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10대의 랩선풍이 불고 립싱크가 기승을 부리던 시대였다. 가수들이 피아노 아니면 기타 연주로 발라드를 직접 부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치던 「노영심…」은 당시 돌연변이처럼 보이는 프로. 이러한 박해선 PD의 잔잔한 연출 색깔은 「기쁜 우리 젊은날」 「이문세 쇼」 「도전 주부가요 스타」, 그리고 96년부터 지금까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가수의 본분은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틀어놓은 음악에 입만 맞추는 립싱크는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냄새가 나서 싫습니다. 제가 연출하는 프로에서는 립싱크는 허용이 안됩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수들의 립싱크에 대한 생각이다.

그래서 박PD가 연출한 프로에는 세칭 가창력있는 가수만 나온다. 김건모 이은미 장혜진 신효범등이 박PD 프로에서 시청자들에 처음 선을 보였다.

그는 연출자 생활 16년동안 이미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어 받아 연출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직접 기획해 새 프로그램을 만든 운좋은 PD이다. 또 시청률때문에 중도하차한 프로그램도 없다.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이들과 호흡하는 프로, 30~40대들이 좋아하는 음악프로를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희망사항이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고교동창으로 부터 걸려온 전화. 같이 밥이나 먹자는 제의에 그는 『마음은 너랑 먹으러 간다』 는 따뜻한 말로 사양하며 「이소라의 프로포즈」다음주 방송기획안을 손에 들었다. 그는 퇴근해 초등학생인 두 아이와 노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

사람 향취가 풍기는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싶다는 KBS박해선PD.

박해선PD 연출 프로그램

89년 「TV 유치원」

91년 「노래는 내 친구」

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94년 「기쁜 우리 젊은날」

95년 「도전 주부가요 스타」

95년 「이문세 쇼」

96년 「이소라의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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