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 서른 하나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다섯번이나 하는 일을 바꾼 김성호(金星浩·현대증권 리서치센터)씨가 마지막으로 마음을 준 업종이다.그는 『자본주의의 심장인 주식시장의 역동성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증권사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업무가 투자분석』이라고 말한다.
97년 1월 증시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증권사 문을 두드릴때부터 애널리스트가 되기를 자청했다. 그는 『기업이나 업종의 분석은 모든 투자의 출발점입니다. 건방진 얘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펀드매니저나 브로커는 분석능력을 갖춘 다음에도 원한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고 자신했다.
IMF체제이후 증권가에는 「뒤쳐지면 죽는다」는 살벌한 미국식 경쟁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책상에 폼나게 앉아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정확히 퇴근시간되면 일어서는 「우아한」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발붙일 곳이 없다.
김씨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입사이후 금융업종을 담당해오다가 최근중소기업·인터넷분야로 담당을 바꾼 탓에 더욱 바빠졌다. 평균 퇴근 시간은 밤12시. 지난해 결혼한 새색시의 얼굴도 보는둥 마는둥 옷만 갈아입고 나올때도 많다.
정기·부정기 기업분석자료는 물론이고 매일 아침 영업부서와의 회의에서 투자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해외마케팅을 위해 영어로도 자료를 내야 하는 일도 순수 「국내파」인 김씨에게는 부담이 적지 않다. 그 뿐 아니다. 일주일에 많을때는 서너번, 최소 한두번은 분석대상 기업을 찾아 발로 뛰어야 한다.
「매도」추천을 자신있게 내기가 힘든 증시풍토는 진정한 프로가 되고자 하는 김씨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는 『「매수」추천을 냈는데 주가가 떨어질때에는 자료를 믿은 사람들의 돈을 날리게 만든 셈이기 때문에 몸둘바를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논리력과 판단력을 갖춰야하고, 제대로된 정보를 얻으려면 사교성도 갖춰야 하는게 애널리스트이다.
올해부터 연말 실적을 평가해 능력급을 받게 되지만 아직까지는 금융기관 평균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김씨는 『돈만 따진다면 실적이 즉시 반영되는 펀드매니저나 브로커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이나 실적은 시원찮은데도 「억대연봉 바람」만 잔뜩 들어간 애널리스트가 늘고 있는게 마땅찮은 목소리이다.
자신이 내다본대로 산업이 움직이고, 자신의 평가에 따라 투자자들의 자금이 움직여 주가에 반영되는 쾌감과 영향력. 그것이 애널리스트가 받는 최고의 보수라는게 김씨의 생각이다.
/김준형기자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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