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삼성그룹에 대해 금융제재라는 위협적인 카드를 뽑아들 태세다. 삼성차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2조8,000억원의 자금을 삼성그룹이나 이건희회장이 메우지 않을 경우 채권단은 삼성그룹이 이미 빌려쓴 자금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거나 신규자금 공급을 중단하는 초강경 제재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과 채권단간에 한판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가뜩이나 대우그룹 문제로 복잡한 금융시장의 경색이 우려된다. 채권단이 삼성 제재에 나설 경우 파생되는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삼성그룹과 채권단간의 싸움은 과거 금융관행의 업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기관들이 별다른 담보도 없는 삼성차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준 것은 삼성그룹의 신용도를 믿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삼성차의 신용도만을 평가한 후 자금을 아예 빌려주지 말든가, 빌려줄 경우 다른 계열사의 지급보증을 받아놨어야 했다.
채권단은 두가지중 어느 한가지도 선택하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 채권단의 잘못이다. 그러나 당시 금융관행을 되돌아 보면 금융기관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른 은행이 수백억원을 빌려주면 자신도 덩달아 수백억원을 빌려줘야만 일반 금융거래에서 삼성으로부터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삼성그룹이 이를 근거로 이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70만주외에는 추가 손실보전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곤란하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삼성이 국내에서 가장 잘 짜여진 기업조직이고 유동성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채권단의 「극한 대응」을 버텨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금융거래가 없는 기업운영이란 단 하루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자간의 심각한 대립은 볼썽사나울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손실과 상처만 늘릴 따름이다.
서로 협상의 창구를 열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게 당장 필요하다. 삼성차 이슈가 처음 제기된 이후 하도 삼성그룹과 이회장의 책임문제가 강조되다 보니까 채권단측의 손실보전문제는 끼여들 틈도 없었다.
그러나 당장 대우문제만 하더라도 결국은 대우채권단도 일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차의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100% 다 삼성그룹과 이회장에게 떠넘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채권단이 최소한의 손실보전을 인정함으로써 삼성과 이회장이 추가보전에 나설 명분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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