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 던져주고 있는 충격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신뢰도 회복은 의외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대우문제가 지금처럼 정부·채권단과 대우그룹간 「공방」양상으로 진행될 경우 대외신인도는 더 나빠지거나, 현 수준에서 고착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우선 한국경제상황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시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연초 「투자적격등급」회복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검은 금요일」(7월24일)을 전후해 2.65%포인트까지 뜀박질했던 10년물 외평채 가산금리는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이후 2.53%포인트(28일)까지 낮아졌으나 이달들어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특히 5일에는 가산금리가 전날보다 0.15%포인트나 급등하며 2.77%포인트까지 올라섰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대우사태 발생 초 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에서, 더구나 계속 상승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한국을 향한 국제금융시장(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정밀 모니터하고 있는 국제금융센터도 이런 해외분위기를 정부에 전달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재경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외평채 가산금리 상승과 관련, 『외평채 가산금리상승은 이달 말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감과 중국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대우사태가 어우러진 결과』라며 『대우사태가 대외신인도 하락에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센터는 특히 『외국인들의 한국투자기피가 조금씩 가시화하고 있으며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에서 중장기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금융기관 및 기업들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시장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계인사는 『외평채 가산금리 상승세, 즉 대외신인도 하락세가 굳어진 느낌을 받는다』며 『10월 이후에는 국제금융시장이 컴퓨터2000년도표기(Y2K) 준비문제로 거래 자체가 경색될 것으로 보여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신인도 하락사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낙관론」설파에 앞장서온 정부도 서서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대우같은 큰 기업의 처리는 초동대처가 중요하다』며 『공전이 지속된다면 대외신인도에 큰 흠집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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