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옷차림에 고운 화장을 하고 병원을 찾은 60대 중반의 김모씨. 남편이 젊은 시절부터 당뇨병으로 고생해온 탓에 만족스런 부부관계를 맺은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오랜만에 가진 부부관계에서 그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기쁨만 있으면 좋으련만 어려움도 따랐다.폐경 이후 오랫동안 성을 무시하고 지낸 탓인지 질(膣)이 너무 위축돼 있어 성교통과 출혈이 나타났다. 그는 당당하게 이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느냐고 필자를 찾아왔다. 『60이 넘은 할머니가 주책』이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남은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우리나라 남성들에게는 나이에 비례해 성관계 횟수를 계산하는 이상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 40대는 4 9=36, 50대는 5 9=45, 60대는 6 9=54. 성관계 횟수가 40대는 3주에 6번, 50대는 4주에 5번, 60대는 5주에 4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60대 이상 노인은 한해 평균 93.6회의 성관계를 갖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폭음을 자주 하는 우리 남성들은 40대에 이미 성트러블로 아내와 「한 지붕 밑의 남남」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40대의 성이 소외되고 있는 마당에 60대 이후의 성은 젊은이의 성에 가려 「주책」으로밖에 표현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노인들의 속사정을 묻거나 알려고 하는 것도 불경스럽게 여기는 게 현실이다.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다. 내 옆에 있는 인생의 반려자는 한때 혈기왕성했던 청년에서 성적으로 무기력해진 바깥양반으로, 평생 싱그러울 것같던 처녀에서 폐경을 맞이한 안사람으로 변해 있다. 하지만 퇴직과 자식문제, 노후문제 등의 스트레스로 중·노년의 성이 가려지고 위축된다면 너무나 서글픈 일이다.
신체적 변화를 이유로 성생활을 금기시하기 보다는 나이에 맞는 성을 찾아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의학의 발달과 경제적 풍요로 우리에게도 고령화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노년의 성이 모두의 화두가 되고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돼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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