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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암초에 부딪치는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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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암초에 부딪치는 재벌개혁

입력
199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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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구조조정이 휘청거리고 있다. 대우그룹 해외채권단은 대우 부채 만기연장 조건으로 지급보증이나 추가 담보제공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회장의 추가사재 출연을 공식 약속하는 각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고,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은 정부의 대한생명 처리방침에 대항해 외자유치등 독자적 회생방안을 기습적으로 내놓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돌출하여 갈 길 바쁜 재벌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재벌 구조조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부족과 재벌들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정부는 재벌 구조조정에 대한 총론은 분명하게 제시했지만, 이해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론부분에서는 확고한 방침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또 재벌들은 정부의 개혁의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간벌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대우그룹 해외 채권단의 요구에는 무리가 있다. 그들은 대우가 국내 채권단에만 담보를 제공하고 일부 은행들에만 만기여신을 상환하는 것은 차별적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채권단에 대한 담보제공은 신규여신을 담보로 한 것이어서 해외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면 오히려 역차별이 된다.

더욱이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 지급보증을 할 수는 없다. 환란 초기 정부가 나섰을 때와는 상황이 틀리다. 원칙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 발등의 불이 급해서 예외를 인정하면 나쁜 선례가 된다. 다만 국내 채권단과 대우는 해외 채권단에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대우 처리과정에서 그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해외 채권단의 협조는 대우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한생명의 자체 정상화방안 발표는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발표 다음날 정부는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해 최순영회장의 옥중반발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부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총수가 구속된 부실덩어리 기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잡음이 난다면 정부의 일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부실기업 정리에서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삼성은 삼성차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막상 문서화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삼성이 과연 개혁의지가 있는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현재 또 한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는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원칙이 분명하고 투명한 처리를 해야 한다. 아직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고, 또 위기가 올수도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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