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는 미국에게 사활적 이해지역이다.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뿐 아니라 세계경영을 위한 「유일패권」이 미국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도전은 바로 이 지역에서 거세지고 있고, 이는 다시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어렵게 하고 있다.탈냉전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은 「미국 주도권 아래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안정과 현상유지」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동아시아 전략보고서(EASR)」의 핵심 개념은 「포괄적 개입(Comprehensive Engagement)」이다. 이는 우방들과의 양자안보동맹에 다자간 지역안보노력을 병행하고 정치·경제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되는데, 여기서 주요 포인트는 중국과의 관계를 기존의 신뢰구축 차원에서 「안보협력단계」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중·미 관계를 보면 이같은 미국의 전략은 뒤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핵기술 절취사건을 들고나온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성자탄 기술을 공개하고 사정거리 8,000㎞급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한뒤 이를 공식발표했다. 또 미국이 「대만관계법」을 통해 개입 여지를 열어놓은 대만 앞바다에서 전투기 등을 동원한 무력 과시를 강화하는가 하면 6일에는 양안의 최전선인 난징(南京)과 광저우(廣州) 군구 소속 공군에 선제공격 권한을 부여했다.
사실 중국의 국방백서는 『패권주의와 권력정치는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의 원동력』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미국의 전략적 동맹론을 원천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중국은 가상, 혹은 잠재적 적으로 미국을 상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이같은 중국의 도전을 억제하기 위해 정치·경제적 압박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적극적 개입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동북아 군사정세의 현상변화를 부르는 한 순환고리가 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동북아에 확산되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전역미사일방어(TMD) 계획에 착수, 최근 핵심 기능인 고고도 미사일 요격실험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 신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법안 처리를 강력히 요청, 합법화함으로써 안보협력을 강화했으며,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과의 군사 협력강화 차원에서 「대만 안보강화법」을 추진중이다. 이 법안에는 대만의 TMD 참여 공대공미사일 등 무기판매 양국간 군교류 증대 등이 포함돼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개입력 증강은 오히려 중국 등을 자극, 지역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조장할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을 「잠재적 침략행위」로 간주하고 북한-러시아와의 대응 라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들어 전문가들은 미국의 EASR이 밝힌 전략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북한 미사일 뇌관이 터져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중국은 북한과 더불어 전선을 형성할 소지가 크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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