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가 거액의 상속세를 현금 대신 회사주식으로 납부, 정부가 대주주로 회사 경영권을 위협하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12일 상장 예정인 대한유화㈜는 92년 상속세 주식 물납으로 제2대주주가 된 재정경제부가 현금화를 위해 주식매각이나 경쟁입찰을 실시할 계획이어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현재 대한유화의 지분은 현 경영진 42.27%, 정부 32.71%, 효성 14.24%, 동부 10.17% 등.
사태의 발단은 대한유화가 창업자인 이정림(李廷林)회장이 92년 사망한후 아들 등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 300억원을 현금 대신 주식 187만주(주당 평가액 1만6,000원)로 정부에 납부하면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정부는 현 경영진에 이어 2대주주가 됐고, 이후 효성과 동부 등이 각각 합작관계에 있던 일본 지쑈사와 경영주 일가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3,4대 대주주로 부상, 경영권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
더욱이 위기 의식을 느낀 현 경영진측이 증자와 외자유치 기업상장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실히 유지하기 위해 표준정관을 개정하는 주총을 수차례 열었지만 효성과 동부 등의 반대와 대주주인 정부마저 이유없이 불참해 여의치 않았던 것. 하지만 지난달 주총에서 기업상장만은 허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정부가 보유한 주식을 어떻게 처분하느냐가 경영권 다툼의 핵심변수로 등장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지분처리 방법은 경쟁입찰과 일반매각. 경쟁입찰 방식을 실시할 경우 공모가(2만5,000원)로만 따져도 470억원대의 현금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상당한 금액확보가 가능해 국고보존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경우 효성, 동부 등 타업체가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입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비상장 회사의 경우 경쟁입찰할수 있지만 일단 대한유화가 상장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일반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정부지분은 성업공사를 통해 증권사에 위탁, 일반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정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권과 인사권 등에 대해서는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겪으면서 거액 상속세의 현금 납부 여력이 없는 50여개 기업으로부터 상속세로 총 1,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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