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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해외의료봉사단] 우크라 주민.의료진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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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해외의료봉사단] 우크라 주민.의료진 매료

입력
199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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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역사상 외국인 의사가 현지인을 상대로 진료하기는 처음입니다』 지난 달 26~29일 우리에겐 아직 멀고 낯선 나라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국립제12병원은 동양의 신비한 의술에 매료된 현지인들의 탄성으로 가득했다.대한한의사협회 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단장 권용주·38) 소속 한의사 17명은 키예프와 고려인이 많이 사는 크림반도의 소읍 장꼬이에서 3,000여명의 현지인과 고려인을 대상으로 사랑의 인술을 펼쳤다. 93년 네팔에서 시작된 한방해외의료봉사활동은 그동안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크, 카자흐, 키르기스공화국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등 의료후진국을 순회하며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의료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보건당국이 의료법을 내세워 외국인 의사의 진료활동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 우크라이나주재 강근택(54)대사가 담당 장관을 여러차례 만나 양·한방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한 끝에 간신히 허락을 받아냈다. 영어도 전혀 통하지 않아 대사관직원, 유학생, 고려인 등이 총출동해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중개했다.

첫 날만해도 국립제12병원의 임시진료소는 한산했다. 홍보가 제대로 안된데다 병원측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비협조로 일관했다. 하지만 치료효과를 확인한 환자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이틀째부터 문전성시가 이어졌다.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양질의 진료를 받을 기회가 없었던 현지인들은 침과 부항, 한약 등으로 혈압을 내리고 부기를 빼는 한의학에 흠뻑 매료됐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현지 의료진도 근무중 틈틈이 찾아와 진료를 간청했다. 10년간 요통으로 고생했다는 간호사 마야 카테린축(43·여)씨는 『침을 맞는 순간 통증이 씻은듯 가시다니 너무 신기했다』며 『침치료를 더받았으면 좋겠는데 진료일정이 짧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꼬이시립아동병원에서 진행된 의료봉사활동에는 특히 고려인들이 많이 찾아와 따뜻한 동포의 정을 나눴다. 최니꼴라이(70)씨는 장꼬이에서 750㎞나 떨어진 루간스크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달려왔다. 구소련 시절 핵물리학자로 유명했던 최씨는 『당뇨 합병증과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중 한의사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오랜 유랑생활의 고독감이 한순간에 씻겨내려간 느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료팀을 인솔한 정현국(44·전주 대남한의원)원장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진료가 끝난 뒤 보드카, 초콜릿, 집에서 기른 살구와 포도 등을 수줍은듯 놓고 가는 환자들에게서 따뜻한 인류애를 느꼈다』며 『앞으로도 한의학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키예프=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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