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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음악] 빛과 소음의 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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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음악] 빛과 소음의 난타

입력
1999.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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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11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테크노 테크 클럽 「파라파라」. 민소매 검정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그룹 「666」의 「Amok」에 맞추어 반복적으로 머리를 흔들고 있다. 예전 디스코테크에서 보던 춤이 아니다. 마치 아이들 「도리도리」를 조금 격렬하게 하는 듯하더니, 다리를 굽혀 몸을 밖으로 뉘면서 또 「도리도리」를 한다. 테크노 춤이다. 일정한 선율 없이 타악기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반복적인 곡.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잡음」이나 마찬가지인 이 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춤을 춘다. 춤을 추다 지치면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무릎을 땅에 댄 채 머리를 흔든다.테크노는 어떤 음악

테크노가 뜨고 있다. 3년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될 때만 해도 「이 장르는 결코 한국에 뿌리 내릴 수 없다」던 그것이다. 힙합이 10대 청소년들의 정서를 장악하고 있다면, 테크노는 이제 20대들의 정서에 가장 강력하게 소구(訴求)하고 있다. 홍대 앞의 「nbinb」 「MI」 「조커」, 강남의 「토마토」 「앱솔루트」등 테크노 전문 클럽이 성업 중임은 물론 파라오, 쥴리아나등 고급 나이트클럽에서도 테크노 타임을 따로 두고 있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탤런트 송윤아가 「이상한」 음악에 맞추어 기계적인 춤을 추는 LG싸이언 광고가 바로 테크노 스타일.

테크노의 어원은 「Technocrat(전문가 집단)」에서 왔다는 말도 있고, 60년대 독일의 테크노 음악의 1세대 크라프트 베르크가 자신의 음악에 기계적 음악이 많이 들어있어 「테크노 팝」이라 부른데서 비롯됐다는 말도 있다.

전자기기가 낳은 테크노

어원이야 어떻든 테크노는 컴퓨터 발달에서 비롯됐다. 연주 대신 사운드가 기억된 소프트웨어만으로 음악을 만드는 컴퓨터 음악의 발달이 테크노를 있게 한 것이다. 부계(父系)는 음악, 모계(母系)는 전자기기다.

테크노는 음원을 따서 조합하는 샘플링, 턴테이블에 올린 LP의 속도를 변주하는 디제잉(DJing)음악, 컴퓨터를 통해 기타 드럼 베이스 등의 사운드를 만들어 음악적으로 배치하는 미디(MIDI)기법 등 다양한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모두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연주자 대신 이런 음악을 조합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DJ가 테크노 음악에서는 가장 중요한 음악의 생산자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DJ인 「DJ 스푸키」는 「그들은 바로 포스트 모던 시대의 시인」이라고 말했다.

60년대 신시사이저 개발 후, 80년대 디제잉 음악(힙합에 주로 쓰임), 90년대 샘플러(Sampler)등이 속속 탄생하면서 테크노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악이 됐다. 꾸준한 테크노 음악 실험을 벌여 온 유럽이 이 분야에선 강세이다. 미국은 여전히 힙합이 우세하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도 테크노가 만개하고 있는 분위기.

어떤 뮤지션이 있나

음악적 완성도에 치중하는 정통 테크노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다. 우리 대중 귀는 선율에 익숙하기 때문. 대신 여성 보컬을 중심으로 대중적 코드가 강한 테크노 댄스 쪽이다. 리얼 맥코이, 에이스 오브 베이스, 언리미티드 등이 대표적 그룹. 그러나 최근엔 록과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테크노가 우리나라 대중 곁에 파고 들고 있다. 프로디지, 런 DMC가 그렇고, 백인청년의 웅장한 사운드가 독특한 디제이 새도우도 인기다. 최근 3집을 낸 10년 경력의 밴드 케미컬 브러더스 역시 테크노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룹.

테크노, 우리 입맛에는

그러나 테크노 음악이 과연 우리 풍토에 맞는 것인가. 한때의 재즈 열기 처럼 지나치게 거품이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평론가 임진모씨는 『얼터너티브 록과 마찬가지로 테크노 음악 역시 대중적 기호로 자리잡기에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많다. 선율에 길들여진 우리 대중이 그것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테크노는 태생적 비주류』라고 분석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테크노 DJ 달파란씨는 『힙합이 들어올 때도 우리나라에선 안된다고 했다.

테크노는 단순한 음악이며 이미 많은 대중가수들의 음악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DJ 김윤성씨는 『힙합이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시점, 세기말적 우울이 배경이 된 상황에서 테크노는 다음 세대를 이끌 주류음악이 될 확률이 크다』고 전한다.

그러나 대중 음악계에서 테크노의 영향력은 아직 적다. 「크롬」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해철이 영국에서의 사운드 실험을 거쳐 두장의 테크노 음반을 냈지만 판매는 부진하다. 그러나 한스밴드부터 한영애까지 대부분의 가수가 신보에 테크노적 요소를 가미한 것은 그만큼 가능성도 크다는 이야기. 다가올 다음 세기의 지배적 음악이 테크노가 될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 박은주기자 jupe@hk.co.kr

*[테크노 음악] '레이브 파티'

「빛과 소음을 통해 광기를 통해 내고 싶다」

레이브(Rave·떠들썩한 파티)란 테크노 음악을 틀어 놓고 밤새도록 춤을 추는 파티. 밤을 새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마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문에 테크노가 위험한 향락문화의 생산처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사실.

그러나 테크노 음악의 파동에 몸을 맡기면 그 어떤 「약」 없이도 음악적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테크노 DJ들의 설명이다. 외국에선 「도심 스포츠(Urban Sports)」라고 불릴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혹은 스포츠로 보려는 개념이 나올 정도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말부터 레이브 파티가 상륙,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손꼽히는 테크노 DJ와 테크노 뮤지션이 주체가 된 「아우라 소마 99」는 프로 DJ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만드는 대중적 파티. 「끼리끼리」의 문화가 아닌 대중이 한 데 경험할 수 있는 한국적 레이브 파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4월 두차례에 걸쳐 1,000여명의 젊은이들을 레이브의 열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아우라…」는 14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무려 9시간 동안 압구정동 타임투락에서 레이브 파티를 다시 열 계획이다.

「시나위」 「삐삐밴드」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휘파람 별」을 발표하면서 테크노 DJ로 변신한 달파란(강기영·33),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트랜지스터 헤드(민성기·28), 델리 스파이스 키보드 출신으로 「노이즈」를 많이 쓰는 데이트리퍼(류한길), 국내엔 드문 여성 테크노 DJ인 DJ 에이샤(AISHA·김고은·22), 미니멀 테크노를 선보이는 최기준(21)등이 무대를 꾸민다. 「빛」은 독일에서 영상매체와 미디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온 영상미술가 양진식씨가 맡는다.

외국에선 레이브 파티가 영상 작가들의 작품 발표회장으로 이용될 정도. 트랜지스터 헤드는 『첨단 사운드와 빛이라는 총체적 자극에 노출된 사람들은 파티가 끝나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서 『와서 밤새 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파티를 즐겨 달라고 말한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음악은 아니라는 설명.

두번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이들은 앞으로 한달에 한번 꼴(가급적 음력 보름에 가까운 날)로 파티를 열 생각. 독일의 러브 퍼레이드, 일본의 레인보우 2000, 호주의 빅 데이 아웃, 영국의 트라이벌 개더링 등 쟁쟁한 테크노 파티를 우리문화 환경에서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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