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갈 곳은 주식뿐?」대우그룹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지만 증시주변 자금은 풍부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지난달말 41조7,065억원에서 3일에는 42조1,627억원으로 4,562억원이 늘었다.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지난달 23일 대우쇼크로 주가가 급락하자 다음날 줄어들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주가가 급락하자 일부 고객들이 원금을 손해보고서라도 주식형에 맡겼던 돈을 환매하는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신규 가입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고객예탁금은 4일 현재 10조 9,000억원으로 전날에 비해서는 약 4,000억원 정도가 줄었다. 그러나 지난달말(10조5,046억원)에 비해서는 4,000억원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고객예탁금은 주가지수가 1,000을 재돌파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5일 11조 5,332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단기 과열심리에 대한 경계심리와 대우쇼크가 겹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급속히 증가, 3일에는 11조3,429억원까지 늘어나는등 지난달초에 비해서는 약 2조원가량이 늘어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증시불안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자금이 이처럼 풍부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투자신탁회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염려한 개인 및 법인들이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돈을 빼내거나, 여유자금을 주식투자로 돌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증시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지난달 말 현재 209조7,834억원에서 3일 현재 207조9,491억원으로 이틀동안 1조8,343억원이 줄었다. 이기간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수익증권 증가분을 합한 금액은 1조2,945억원이므로 공사채형에서 빠져나간 돈의 70%이상이 주식투자자금으로 몰려든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는 후행성을 띠기 때문에 유동성만으로 향후장세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온기선(溫基銑)동원증권 기업분석실장은 『최근 증시주변 자금의 증가는 일반투자자들의 「흥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대우그룹문제가 장기화하면 증시주변자금이 급속히 줄어들고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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