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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 돕자는 건지, 방해하자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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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 돕자는 건지, 방해하자는 건지

입력
1999.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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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자는 건지, 방해하자는 건지』 고위층들의 겉치레 수해현장 방문과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수재민들의 아픈 상처를 덫내고 있다.5일 경기 파주시 재해대책본부는 오전 내내 개점휴업 상태였다. 「높으신 분들」의 잇따른 방문에 따른 브리핑 준비와 교통통제, 안내요원 역할 등으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때문이었다. 시장과 주무과장은 수해복구 상황을 거듭 브리핑하느라 실제 복구작업 지휘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날 파주시청에는 오전 9시30분께 이건춘 건교부장관이 다녀간데 이어 채 5분도 되지 않아 박태준총재를 필두로 자민련 수해지역 방문단 20여명이 들이닥쳤다.

또 낮 12시께는 국민회의 관계자들이 시청 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해 브리핑받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수해침수 지역을 둘러보겠다』며 공무원들을 안내요원으로 차출, 눈총을 받았다.

잇단 방문단의 차량행렬로 문산읍 진입로인 문산사거리는 하루종일 심각한 차량정체 현상을 빚었다. 자민련 수해지역 방문단의 경우 차량소통이 어려운 문산읍내에 대형 관광버스를 억지로 진입시켜 수해복구차량 등이 10여분간 통행하지 못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쓰레기 처리차량등 수해복구차량이 외부의 방문 차량때문에 정작 움직이지 못해 수해복구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있다』고 불평했다.

다른 수해지역도 고위층들의 반갑지 않은 방문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이날 오후 1시 김종필총리가 복구작업이 한창인 철원군 자등리일대를 방문하면서 주변교통이 1시간여 통제됐고 국민회의 이만섭 총재대행과 자민련 부총재단이 철원군 와수리일대를 방문하면서 수해복구차량의 발목을 묶었다.

철원군의 한 관계자는 『도지사 국회의원, 장관, 군고위관계자…. 끝도없이 찾아오는 높은 분들 덕에 복구작업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면서 『보고서작성과 영접으로 오늘은 화장실도 제대로 못갔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얌체 골퍼들과 낚시족들의 행태도 이재민들을 아프게 한다. 집중호우로 수해가 컸던 파주, 동두천, 포천 인근 골프장에는 이날 수백명의 골퍼들이 몰렸다.

파주시 광탄면 S골프장에는 이날 원색차림을 한 200여명의 골퍼들이 몰렸고 포천군 내촌면 B골프장과 포천군 일동면 N골프장에도 100~200여명의 골퍼들이 붐볐다.

「수해로 임진강물이 들어와 고기가 잘 잡힌다」는 소문이 돌자 파주시의 곡릉천과 문산천 등지에도 낚시족들이 대거 밀려들어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이재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꼴불견 사례로 눈총을 받았다. 이날 경기도청 실·국장 부인들의 모임인 「푸른땅」회원 17명은 대부분 짙은 화장에 귀고리 목걸이등을 착용한 「화려한 차림새」로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파주시를 찾았다가 쫓겨나다시피했고, 고양시 모아파트 부녀회원들도 의류 라면등의 구호물품을 전달하면서 직원들에게 『상급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해 빈축을 샀다.

파주시 광탄면에 거주하는 김일환(45)씨는 『골퍼들과 낚시족들이 타고온 고급승용차가 구호품을 실은 차량들 사이를 헤집고 다녀 복구작업에 심각한 방해가 되고 있다』고 분노했다.

/파주=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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