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씨는 IMF체제 아래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의 약점을 교묘히 악용, 불법적인 「회사채 되팔기」를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돈 가뭄을 겪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대량 발행하자 증권업 허가도 없이 이를 헐값에 사들여 투신사에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1년간 53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김씨는 회사채 발행기업과 『헐 값에 인수하는 대신 발행물량 모두를 판다』는 이면약정서까지 체결했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들로선 「울며 겨자먹기」로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유태인 샤일록」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김씨가 사들인 신동방 회사채의 수익률은 당시 회사채 평균 수익률(18.5%)의 두 배에 가까운 35%(표면금리 17%+할인율 18%)로, 300억원어치를 202억원에 인수했다. 통상 3% 정도인 할인율보다 6배나 높은 것이었다.
당시 증권업 허가가 없던 김씨는 이 회사채를 종금사를 통해 사고 팔기를 반복해 합법거래로 위장했다. 종금사는 그 대가로 0.3%(9,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김씨는 최종 인수자인 투신사 간부들에 억대의 금품을 제공, 자신이 인수한 회사채를 시세보다 높은 값에 사도록 했다. 인수할 때 18%였던 할인율을 5%로 내려 수익률 22%(표면금리 17%+할인율 5%)로 투신사에 넘겼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만 6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떼돈」을 번 김씨는 함께 일한 김정태(金廷泰·44)상무에게 상여금으로 30억원을 주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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