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어업협정 타결 6개월 -한일 어업협정 실무협상이 타결(2월5일)된 지 5일로 6개월이 지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일 어업협정의 파고는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간 21만톤에 달하던 우리 어선의 일본내 조업실적이 10분의 1에 그치고, 어민 지원과 수산업 진흥책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말 내년도 어획량과 조업조건 등에 대한 제1차 한일어업 공동위원회를 개최, 신(新) 협정 2년째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획량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해 어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4일 현재 우리 어선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내 조업 실적은 할당량(14만9,218톤)의 11.7%(1만7,512톤)에 그치고 있다.
신 협정 이전 일본 해역에서 월평균 1만7,500톤을 잡았던 것을 감안할 때 우리 어선의 올해 어획고는 예년의 한달치에 불과한 셈이다. 일본측 어선의 우리 EEZ내 조업실적은 더욱 낮아 할당량(9만3,773톤)의 0.6%인 518톤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양측 모두 협상으로 1~3월 어기를 놓친데다 어획량이 가장 많이 할당된 선망(한일 모두 약 7만톤)의 주어종인 고등어 등의 어장이 형성되지 않은 때문』이라고 밝혔다. 까다로운 입어조건과 신 협정 첫해의 엄격한 단속 분위기도 어획량 부진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입어업종과 척수, 어획할당량을 정한 실무협상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74척에 200톤이 할당돼 있는 복어 채낚기의 경우 한 척이 보통 100톤 안팎을 잡기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실제로 복어 채낚기의 올해 조업실적은 제로(0)다.
어선당 5,000개 안팎의 통발이 필요한 장어통발도 통발수를 2,500개 이하로 제한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할당량 1,500톤중 단 1톤만 잡았다. 실무협상에서 누락돼 추가협상까지 벌였던 문제의 쌍끌이(80척) 조업실적도 전무하다.
정부의 어업인 지원책도 균형잡히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어업을 그만두거나 배와 어구를 줄이는 어민에 대한 지원은 많은데 정작 어업을 계속할 「잔존 어업인」에 대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원양어선은 선박 수리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영세율)받지만 한일 어협으로 타격을 입은데다 중고선이 대부분인 연근해 어선들은 일부만 영세율 적용을 받는다.
부산의 대형기선 저인망수협 관계자는 『어업을 계속 할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구조조정도 좋지만 살 사람들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바다를 떠나는 어민들에 대한 대책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선주들은 폐업 보상비 산정기준을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일자리를 잃게 된 선원들은 2개월치의 실업수당을 4개월로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4월 국회에 제출된 어업지원 특별법(가칭)은 여야간 정쟁과 당국의 의지부족으로 낮잠을 자고 있다.
한편 한일 양국은 지난달 21~22일 도쿄(東京)에서 제1차 한일 어업공동위원회 회의를 개최, 내년도 어획 할당량 등 EEZ내 조업조건과 질서유지 문제, 중간수역 자원관리 등을 협의했으며 9월중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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